게임 출시 보너스를 기다리며: 개발 기간은 불확실성의 연속

게임 출시 보너스를 기다리며: 개발 기간은 불확실성의 연속

또 미뤘다 회의실에 들어갔다. PD가 말했다. "출시일 6개월 연장합니다." 아무도 말 안 했다. 다들 알고 있었던 것 같다. 2년 개발이 2년 반이 됐다. 나는 계산기 켰다. 보너스 6개월 뒤로 밀렸다. 전세 갱신은 4개월 남았다.2년 전 그날 2년 전 킥오프 미팅. PD가 말했다. "18개월 개발, 1년 반이면 충분합니다." 나는 믿었다. 신입 때 했던 게임은 2년 걸렸다. 이번엔 팀도 크고 예산도 많았다. 컨셉 아트 100장 넘게 그렸다. 메인 캐릭터만 7번 엎었다. "더 임팩트 있게", "좀 더 대중적으로". 18개월 지나고. 알파 테스트도 못 했다. "6개월만 더요." 그게 작년이었다.보너스 계산법 우리 회사 보너스는 출시 기준이다. 개발비의 일정 %를 팀원들한테 나눈다. 내 예상 보너스: 2000만원. 세후 1600만원쯤. 전세 갱신 보증금 올랐다. 5000에서 6000으로. 1000만원 필요하다. 나머지 600으로 뭐 할까 생각했었다. 타블렛 바꾸려고 했다. 여자친구랑 일본 가려고 했다.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6개월 뒤로 밀렸다. 전세는 4개월 남았다. 대출 받아야 한다.연장의 이유들 "빌드 최적화가 안 됐어요." "스토리 분기가 너무 복잡해요." "QA에서 크리티컬 버그 200개 나왔습니다." 매번 이유는 달랐다. 본질은 같았다. 기획이 너무 컸다. 2년 전 기획서. 300페이지. "신작은 크게 가야죠." 아트팀은 처음부터 말했다. "이 볼륨이면 3년 걸립니다." 안 들었다. "다른 팀들은 2년에 해요." 다른 팀들 게임 봤다. 캐릭터 10명이었다. 우린 47명이다. 팀원들 반응 점심시간. 다들 조용했다. 신입이 물었다. "보너스 언제 나와요?" 선배가 답했다. "내년 상반기? 아니면 하반기?" 누가 웃었다. "나오긴 나와?" 게임이 망하면 보너스 없다. 출시해도 매출 안 나오면 반토막. 2년 반 동안 그린 그림들. 내 인생 베스트 작업이었다. 시장에서 먹힐지는 모른다. 동기는 떠났다 작년에 동기가 나갔다. 다른 회사로. "보너스 기다리다가 30대 다 가겠어." 연봉 1500 올려 받고 이직했다. 그때 나도 고민했다. 2년 그린 게임. 끝을 못 보고 가기 싫었다. 지금 후회된다. 동기는 벌써 새 게임 출시했다. 보너스 받았다. 1000만원. 나는 아직도 기다린다. 2000만원을. 언제 나올지 모르는. 일하는 마음 요즘 손이 안 간다. "어차피 또 미뤄질 텐데." 캐릭터 수정 요청 왔다. "눈빛 좀 더 날카롭게." 전에는 10번이라도 고쳤다. 지금은 3번에서 멈춘다. 번아웃이다. 2년 반 동안 같은 캐릭터. 메인 여주인공. 처음엔 예뻐서 좋았다. 100번째 수정할 땐 얼굴도 보기 싫었다. 이제는 그냥 일이다. 출시하고 끝내고 싶다. 불확실성의 연속 게임 개발은 원래 이렇다. 선배들이 말한다. "3년짜리도 있어." "5년 개발하다 엎은 것도 봤어." 위로가 안 된다. 나는 내 인생이 불확실해진다. 전세 계약. 결혼 계획. 부모님 용돈. 다 보너스에 달려 있다. 회사는 말한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기다린다. 선택지가 없다. 2년 반 투자했다. 지금 나가면 0원이다. 썬크 코스트. 경제학 시간에 배웠다. 이미 쓴 돈은 의사결정에서 빼라고. 못 뺀다. 2년 반이 아깝다. 개발 연장의 무게 회사 입장은 안다. 망한 게임 내는 것보다 낫다. 완성도 높여서 성공 확률 올린다. 개발자 입장은 다르다. 6개월은 내 인생의 시간이다. 29살. 30살 되기 전에 결혼하고 싶었다. 보너스 받으면 청첩장 돌리려고 했다. 여자친구한테 말했다. "좀 더 기다려줘." 세 번째 하는 말이다. 그녀는 말 안 한다. 눈빛으로 안다. 지쳤다고. 다른 선택지 이직 공고 본다. 요즘 많이 본다. "신작 개발, 컨셉 아티스트 모집" 연봉: 5500만원. 500 오른다. 보너스 없어도 2년이면 1000만원. 계산한다. 여기서 6개월 더 기다리고 2000 받기. vs 지금 이직해서 연봉 500 올리기. 손해다. 그래도 확실하다. 포트폴리오 정리했다. 이력서 업데이트했다. 아직 안 넣었다. 마지막 6개월. 기다려 보려고. 직장인의 도박 친구가 말했다. "그거 도박이잖아." 맞다. 2년 반 투자. 결과는 6개월 뒤. 성공하면 2000. 실패하면 0. 확률은 모른다. 내부 테스트는 좋다. 시장 반응은 모른다. 요즘 게임 시장 어렵다. 경쟁작 많다. 유저들 눈높이 높다. 우리 게임 괜찮다. 그래픽은 자신 있다. 스토리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확신은 못한다. 게임은 결국 재미다. 재미는 나도 모른다. 개발자는 객관적일 수 없다. 주변 사례들 작년에 옆팀 게임 출시했다. 대박 났다. 보너스 3000씩 받았다. 올해 다른 팀 게임 나왔다. 망했다. 보너스 300 받았다고 들었다. 3000과 300. 10배 차이. 개발 기간은 비슷했다. 2년 반, 2년. 노력도 비슷했을 것이다. 차이는 운이었다. 시장 타이밍. 경쟁작 유무. 마케팅. 우리 게임 운은 모른다. 카운트다운 6개월 남았다. 180일. 달력에 표시했다. 출시 예정일. 빨간 동그라미. 하루하루 센다. 오늘 179일. 내일 178일. 전세 갱신 120일 남았다. 보너스보다 빠르다. 대출 알아봤다. 금리 5%. 1000만원 빌리면 이자 월 4만원. 6개월이면 24만원. 보너스에서 까면 된다. 나온다면. 그래도 일한다 출근한다. 매일. 손은 안 가도 그린다. 번아웃 와도 작업한다. 프로니까. UI 아이콘 50개 남았다. 몬스터 컨셉 20개 남았다. 배경 러프 10개 남았다. 다 끝내야 한다. 출시 전에. 6개월. 빡빡하다. 야근 시작됐다. 주 3회. 마감 다가오면 매일. 보너스 생각한다. 2000만원. 시급 계산하면 안 된다. 이미 했다. 2년 반. 야근 포함하면 시급 2만원. 편의점 알바랑 비슷하다. 웃긴다. 동료들과의 연대 야근하면서 이야기한다. 다들 비슷하다. "대출 받아야 될 것 같아." "나도." "이직 알아봤어?" "응. 넣지는 않았어." 웃으면서 말한다. 쓸쓸하다. 우리 모두 인질이다. 2년 반이라는 시간의. 그래도 같이 있으니 낫다. 혼자였으면 진작 나갔다. 밤 10시. 치킨 시켰다. 회사 카드로. 다 같이 먹는다. 아트팀 8명. 누가 말한다. "우리 게임 대박 나면 좋겠다." 다들 고개 끄덕인다. 말은 안 해도 안다. 간절하다는 걸. 마지막 6개월 6개월 뒤. 게임 나온다. 대박 날 수도 있다. 망할 수도 있다. 2000만원 받을 수도 있다. 300만원 받을 수도 있다. 그때까지 그린다. 최선을 다한다. 프로니까. 그리고 기다린다. 불확실성 속에서.6개월. 길다. 짧다. 모르겠다. 그냥 그린다.

오후 3시의 팀 리뷰: 모두가 침묵하는 순간

오후 3시의 팀 리뷰: 모두가 침묵하는 순간

오후 3시의 팀 리뷰: 모두가 침묵하는 순간 아트보드에 올린 순간 3시 정각. 슬랙에 메시지 날렸다. "이번 주 작업물 아트보드에 올렸습니다." 손가락이 떨렸다. 마우스 클릭하는데 2초 걸렸다. 일주일 동안 붙잡고 있던 신규 캐릭터 컨셉 3종. 러프부터 최종 렌더링까지 총 42시간. 파일명: NewChar_Concept_v3_final_real.psd 업로드 버튼 누르고 화장실 갔다. 손 씻으면서 스마트폰 확인. 아무 반응 없음.10분이 지났다 자리 돌아와서 슬랙 다시 봤다. 읽음 표시 7명. 댓글 0개. 모니터 두 개 켜놨다. 왼쪽엔 슬랙, 오른쪽엔 아트보드. 내 그림 보면서 다시 체크했다. 실루엣 괜찮다. 컬러 밸런스도 맞다. 디테일도 살렸다. 레퍼런스 20장 뒤져가며 그린 거다. 기획서 요구사항 다 반영했다. 그런데 왜 아무도 안 달지. 옆자리 김 과장 모니터 슬쩍 봤다. 아트보드 켜져 있다. 내 그림 보고 있다. 스크롤 내리고 있다. 그런데 타이핑은 안 한다. 심장 빨리 뛴다.침묵의 종류 게임 회사 5년 다니면서 배운 거 있다. 침묵은 종류가 있다는 것. 좋은 침묵:모두가 만족해서 할 말이 없는 침묵 (본 적 없음) 너무 완벽해서 피드백할 게 없는 침묵 (이것도 본 적 없음)나쁜 침묵: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몰라서 침묵 너무 별로인데 말하기 애매해서 침묵 수정 요청하기 미안해서 침묵 관심 없어서 침묵지금 이게 뭔지 모르겠다. 그게 제일 무섭다. 차라리 "여기 이상한데요" 하나가 백 번 낫다. "전체적으로 다시 가져가시죠" 도 괜찮다. 뭐라도 달아줘. 3시 12분. 여전히 댓글 없음. 리더가 말했다 3시 15분. 아트 리드 박 팀장이 댓글 달았다. "3시 반에 회의실로 모이시죠." 끝. 이게 뭐야. 회의실 소집이면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칭찬하려고 부르는 건 아닐 거다. 칭찬은 슬랙에 이모지로 한다. 수정 요청이면 "여기 좀" 하고 끝이다. 회의실은 심각한 얘기할 때다. "컨셉 방향을 전면 수정합니다" 같은 거. 타블렛 펜 만지작거렸다. 15분 남았다. 옆자리 이 사원이 물었다. "형, 물 마실래요?" "응." 목이 말랐다.회의실 문 앞 3시 28분. 일찍 도착했다. 회의실 유리문 너머로 텅 비어 있다. 의자 7개. 빔 프로젝터 하나. 화이트보드. 저기서 내 그림 까이는 거다. 손에 땀 났다. 노트북 들고 서 있다. 일찍 들어가서 세팅할까. 아니면 밖에서 기다릴까. 3시 29분. 박 팀장 왔다. "어, 벌써 왔어요?" "네." 같이 들어갔다. 노트북 켰다. 내 파일 미리 띄워놨다. 3시 30분. 다른 팀원들 들어왔다. 김 과장, 이 사원, 최 선임, 기획팀 정 과장. 다들 표정이 애매하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얼굴. 회의 시작했다. 첫마디 박 팀장이 말했다. "다들 봤죠?" 고개 끄덕임. 다섯 명. "어떻게 생각하세요?" 침묵. 5초 지났다. 아무도 안 말한다. 최 선임이 먼저 입 열었다. "음... 전체적으로는..." 멈췄다. "괜찮은 것 같은데..." 또 멈췄다. "근데 뭔가..." 끝까지 안 말한다. 이게 제일 답답하다. 누군가 말했다 기획팀 정 과장이 말했다. "저는 좋은 것 같은데요." 반가웠다. 누군가 긍정적 멘트. "근데 기획 의도랑 조금..." 식었다. "조금이 아니라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끝났다. 기획서 10번 읽었다. 요구사항 체크리스트 만들어서 확인했다. 다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부분이요?" 내가 물었다. "전체적인 느낌이요." 전체적인 느낌. 이게 제일 막연하다. 뭘 고쳐야 하는지 모르겠다. 실루엣? 컬러? 의상? 표정?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다른가요?" 다시 물었다. 정 과장이 한숨 쉬었다. "설명하기 어려운데..." 설명하기 어�우면 내가 어떻게 고치냐. 두 번째 침묵 회의실 에어컨 소리만 들린다. 박 팀장이 스크롤 내렸다. 내 컨셉 3종 다시 보고 있다. 김 과장도 보고 있다. 이 사원도. 근데 아무도 안 말한다. "이 캐릭터가 뭘 해야 하는 캐릭터인지 모르겠어요." 최 선임이 말했다. 뭘 해야 하는 캐릭터. 기획서엔 "중립 지역 NPC, 퀘스트 제공자" 라고 썼다. 그래서 친근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으로 그렸다. "기획서대로 그렸는데요." 내가 말했다. "기획서는 맞는데 느낌이..." 또 느낌. 이 사원이 거들었다. "저도 뭔가 애매한 것 같아요." 애매하다는 말. 이게 제일 듣기 싫다. 애매하면 뭐가 문제인지 말해줘. 컬러가 애매한가. 포즈가 애매한가. 표정이 애매한가. "애매한 게 뭔가요?" 물었다. "그냥... 전체적으로요." 전체적으로. 리더의 판단 박 팀장이 정리했다. "일단 방향은 맞는 것 같아요." 숨 쉬었다. "근데 디테일 조정이 필요할 것 같네요." 또 시작이다. 디테일 조정. 이게 3일인지 1주일인지 모른다. 어디를 얼마나 고쳐야 하는지도 모른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조정할까요?" 물었다. 팀장이 턱을 만졌다. 5초 지났다. "일단 컬러 톤을 조금 더 밝게 가져가고요." 메모했다. 컬러 톤 up. "표정도 좀 더 친근하게." 메모. 표정 보정. "의상 디테일도 좀 더 심플하게." 메모. 의상 단순화. "전체적인 실루엣은 좋은데 포즈를 조금 더 다이나믹하게." 메모 멈췄다. 심플하게 하면서 다이나믹하게? 이게 가능한가. 묻지 않았다. 물어봐야 "느낌상 그렇게" 라고 할 거다. 회의 끝 3시 50분. 20분 동안 결론. "v4로 다시 가져오시죠." 알았다고 했다. 회의실 나왔다. 다들 자리 돌아갔다. 나도 돌아왔다. 모니터 앞에 앉았다. 포토샵 켰다. NewChar_Concept_v3_final_real.psd 열었다. 레이어 76개. 42시간. Ctrl+S. 다른 이름으로 저장. NewChar_Concept_v4_fix.psd 어디서부터 고칠까. 피드백 없음이 최악이다 결국 수정 방향 나왔다. 근데 찝찝하다. 회의실에서 20분 동안 침묵이 더 길었다. 구체적인 피드백은 5분. 나머지 15분은 "음...", "그런데...", "뭔가..." 였다. 이게 제일 힘들다. 차라리 "전부 다시 그려" 가 낫다. 명확하다. 뭘 해야 할지 안다. "애매해요", "느낌이 이상해요" 는 답이 없다. 내가 느낌을 맞춰야 하는데 그 느낌이 뭔지 모른다. 10번 고쳐도 "여전히 뭔가..." 라고 할 수 있다. 슬랙에 또 올렸다 4시 30분. v4 1차 수정 끝. 컬러 톤 올렸다. 표정 바꿨다. 의상 심플하게. 슬랙에 올렸다. "수정본 올렸습니다." 10분 지났다. 읽음 5명. 댓글 0개. 또 시작이다. 박 팀장이 이모지 달았다. 눈 이모지 하나. 이게 좋다는 건지 "보긴 봤다" 는 건지 모르겠다. 5시 됐다. 아직도 댓글 없음. 내일 또 회의실 갈 것 같다. 그리고 또 "뭔가..." 들을 것 같다. 퇴근길 7시 10분. 퇴근했다. 지하철 탔다. 핸드폰 켰다. 슬랙 알림 하나. 박 팀장: "내일 오전에 다시 보죠." 또. 이어폰 꽂았다. 음악 틀었다. 창밖 봤다. 어제 그린 팬아트 생각났다. 트위터에 올렸더니 좋아요 800개. "터치 미쳤다", "색감 최고" 댓글 30개. 회사 일은 일주일 붙잡아도 "뭔가 애매" 인데. 집에서 3시간 그린 건 좋아요 800개. 뭐가 다른 걸까. 집 도착했다. 9시. 샤워하고 타블렛 켰다. NewChar_Concept_v4_fix.psd 열었다. 또 고쳐야 한다. 어디를 어떻게 고칠지는 모른다. 내일 회의실에서 알려줄 것이다. "전체적인 느낌" 을.침묵보다 무서운 건 "뭔가 애매한 것 같아요" 다.

Blender 좀 배워야 하는데: 3D 시대의 2D 아티스트의 불안감

Blender 좀 배워야 하는데: 3D 시대의 2D 아티스트의 불안감

Blender 좀 배워야 하는데 오늘도 기획팀에서 요청이 들어왔다. "이 캐릭터 3D 베이스 모델 있으면 각도 확인하기 편한데요." 웃으면서 답했다. "네, 확인해볼게요." 속으로는 한숨 나왔다. Blender 아이콘을 쳐다봤다. 보라색 아이콘. 설치한 지 3개월. 실행 횟수는 총 7번. 제대로 써본 적은 0번.2D로 5년 먹고살았는데 나는 2D 원화가다. Photoshop 단축키는 눈 감고도 누른다. Ctrl+J, Ctrl+T, Alt+Delete. 손가락이 기억한다. 레이어 200개 넘는 파일도 거뜬하다. 브러시 커스텀 300개 보유. 내 그림체는 확고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자꾸 들린다. "3D 베이스 깔고 그리면 빠르지 않아요?" "Blender로 러프 잡으면 시간 절약되는데." "요즘 아티스트들은 다 쓰던데요." 마지막 말이 제일 아프다. 요즘 아티스트들은. 나도 요즘 아티스트인데.튜토리얼은 3번 클릭했다 유튜브에 'Blender 초보' 검색했다. 영상 8000개 나온다. '왕초보', '입문', '기초'. 다 비슷해 보인다. 첫 번째 시도. "Blender 10분 완성!" 재생 눌렀다. 1분 만에 큐브가 10개 나온다. 나는 아직 화면 조작 중. 영상 껐다. 두 번째 시도. "하루 만에 캐릭터 모델링" 2시간짜리 영상. 30분까지 봤다. 강사는 벌써 UV 얘기한다. 나는 아직 정점 선택 중. 일시정지했다. 세 번째 시도. "절대 포기 안 함" 다짐하고 시작했다. modifier 메뉴에서 길 잃었다. 창 껐다.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Photoshop은 직관적이었다. 브러시 누르면 그려진다. 레이어 쌓으면 그림 완성된다. 논리가 명확하다. Blender는 다르다. 마우스 우클릭이 선택이다. 휠 클릭이 화면 회전. 단축키가 외계어다. G는 이동, S는 크기, R은 회전. 왜 Move의 M이 아닌가. 그리고 화면이 3개다. 뷰포트, UV에디터, 셰이더 노드. 어디서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2D는 평면이다. 내가 보는 게 결과물이다. 3D는 입체다. 내가 보는 건 한 면일 뿐. 돌려야 확인된다. 이 감각이 낯설다. 그리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다. 이게 제일 어렵다. 회사에서는 못 배운다 점심시간에 옆 자리 후배한테 물었다. "너 Blender 할 줄 알아?" "아뇨, 저도 못 해요." 안도했다. 팀장님은 쓴다. "이거 간단한데?" 모니터 보여주신다. 손이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노드 10개가 1분 만에 연결된다. "봤지? 쉽지?" 못 봤다. 배우고 싶다고 말할까 고민했다. "요즘 바쁜 거 아는데, Blender 좀..." 말이 안 나왔다. 업무 시간에 배울 수는 없다. 마감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개인 시간에 해야 한다. 퇴근하면 9시. 그림 그리기도 빡빡하다. 주말에 하자. 토요일은 여자친구 만나는 날. 일요일은 다음 주 준비. 월요일이 온다. 3개월째 반복 중. 신입들은 이미 쓴다 포트폴리오 리뷰 갔다. 23살 지원자. "3D 베이스 작업 가능합니다." 포폴에 Blender 로고. 작품 봤다. 캐릭터 각도 30개. 조명 다 다르다. "렌더링해서 그 위에 페인팅했습니다." 깔끔했다. 나는 29살에 이걸 못 한다. 5년 경력이 무색하다. 요즘 학원은 3D를 기본으로 가르친다더라. Maya, Blender, ZBrush. 2D는 부가 옵션. 세대가 바뀌고 있다. 나는 과도기 세대다. 2D로 입사했지만. 3D 시대를 살아야 한다. 어정쩡하다. AI보다 Blender가 더 무섭다 AI 그림은 두렵다. 하지만 아직은 디테일이 약하다. 손 못 그린다. 구도 엉성하다. "사람 손이 필요해요." 이렇게 위로한다. Blender는 다르다. 완벽한 파스펙티브. 정확한 라이팅. 360도 회전 가능. 이건 능력이다. AI는 대체 위협. Blender는 진화 요구. 후자가 더 무겁다. "AI는 도구일 뿐이에요." 다들 이렇게 말한다. "Blender도 도구예요." 그럼 나는 왜 못 쓰나. 도구를 못 쓰면 도태된다. 이게 현실이다. 3D 모르면 안 되나 2D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었다. 좋은 그림은 차원을 안 가린다. 실력이 본질이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3D 에셋 있으면 수정 빠른데." "각도 바꿔달라는데 다시 그려야 해요?" "이 소품 3D로 만들어두면 재활용되는데." 효율 얘기가 나온다. 예술 얘기가 아니다. 회사는 비즈니스다. 시간은 돈이다. 3D가 빠르면 3D를 쓴다. 내 고집은 비용이 된다. 안 배워도 되냐고? 아니다. 배워야 한다. 문제는 마음이다. 시작이 제일 어렵다 Blender 켰다. 기본 큐브가 반긴다. "다시 만나네." 벌써 4번째다. X 눌러서 삭제. 튜토리얼대로. Shift+A로 메쉬 추가. UV Sphere 선택. 여기까지는 했다. 그다음이 문제다. Edit 모드 들어간다. 정점이 500개 보인다. 뭘 선택해야 하나. Alt 누르면 링 선택. Ctrl 누르면 뭐더라. 10분 지났다. 구만 3개 만들었다. 포기하고 싶다. 그런데. 이번엔 창을 안 껐다. "한 시간만 해보자." 오늘의 목표. 캐릭터는 무리. 간단한 소품 하나. 검색했다. "Blender 칼 모델링" 15분짜리 영상. 따라한다. 30분 걸렸다. 칼날이 좀 휘었다. 손잡이가 이상하다. 그래도 칼이다. 저장했다. 'sword_001.blend' 첫 작품. 별로 안 이쁘다. 그래도 만들었다. 완벽하게 못 해도 된다 착각했던 것 같다. Blender 전문가 될 필요는 없다. 나는 컨셉 아티스트다. 3D는 보조 도구. 파스펙티브 참고용. 러프 레이아웃용. 조명 테스트용. Maya 아티스트처럼 할 필요 없다. 리깅 몰라도 된다. 애니메이션 안 해도 된다. UV 완벽 안 해도 된다. 내가 필요한 것만. 내 그림에 도움 되는 것만. 이렇게 생각하니 좀 편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 일주일째 저녁마다 30분씩. Blender 만지고 있다. 아직도 어렵다. 그런데 조금씩 보인다. 동료 아티스트 그림 봤다. "이거 3D 베이스네." 알 수 있다. 파스펙티브가 너무 정확하다. 라이팅 각도가 일정하다. ArtStation 둘러봤다. 3D 쓴 작품이 반이다. 'Making of' 보면 다 나온다. Blender로 레이아웃 잡고. Photoshop으로 페인팅. 이게 요즘 방식이다. 나만 모르고 있었다. 부럽기도 하고. 나도 하고 싶기도 하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천천히 가기로 했다 3개월 안에 마스터하겠다는 목표. 지웠다. 1년 걸려도 된다. 2년 걸려도 된다. 내 속도로 간다. 매일 30분. 주말엔 1시간. 이것만 지킨다. 완벽한 캐릭터 모델링. 목표 아니다. 간단한 소품 만들기. 이게 목표다. 검, 의자, 램프, 상자. 하나씩 만든다. 내 그림에 쓴다. 실력은 천천히 늘 거다. 조급해하지 않는다. 2D 아티스트는 안 없어진다 가끔 생각한다. 3D 시대에 2D는 구식인가. 아니다. 3D는 베이스다. 감성은 2D에서 나온다. Blender로 만든 모델. 그 자체로는 차갑다. 색감, 터치, 분위기. 이건 손으로 그려야 산다. 3D 아티스트가 페인팅 못 하듯. 2D 아티스트가 3D 못 해도 된다. 하지만 둘 다 조금씩 하면. 더 강해진다. 나는 2D가 본업이다. 3D는 무기 하나 더. 이렇게 생각한다. 오늘도 조금 저녁 9시. 퇴근했다. Blender 켰다. 오늘은 헬멧 만든다. 30분 목표. "Space bar... 아니 Shift+A." 아직도 헷갈린다. 천천히 한다. "Loop cut... Ctrl+R." 칼선 들어간다. 하나씩 따라 한다. 30분 지났다. 헬멧 반쪽 완성. Mirror 모디파이어 적용. 양쪽 완성. 이쁘지는 않다. 그래도 헬멧이다. 저장. 'helmet_001.blend' 내일은 UV 펴본다. 텍스처는 모레. 천천히 간다. 포기는 안 한다.3D는 벽이 아니라 계단이다. 한 칸씩 오른다.

출근하니 슬랙에 '긴급' 태그 3개, 그날의 하루는 끝났다

출근하니 슬랙에 '긴급' 태그 3개, 그날의 하루는 끝났다

출근하니 슬랙에 '긴급' 태그 3개, 그날의 하루는 끝났다 9시 52분, 회사 앞 카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 들고 폰을 켰다. 슬랙 알림 47개. 스크롤을 내렸다. 빨간 느낌표가 세 개. @channel 태그가 두 개. 기획팀장 DM이 다섯 개. "오늘 회의 자료 준비하려 했는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미 식었다. 회사 들어가기 전에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첫 번째 긴급: "신규 캐릭터 얼굴 표정 이상함. 오늘 중 수정 가능?" 두 번째 긴급: "클베 빌드에 UI 아이콘 깨짐. 원본 파일 어디?" 세 번째 긴급: "마케팅팀에서 이벤트 배너 오늘까지래요. 2종." 오늘 할 일 리스트를 떠올렸다.신규 보스 몬스터 컨셉 러프 3종 팀 내부 리뷰 준비 기획서 읽고 레퍼런스 정리전부 날아갔다.10시 05분, 자리 컴퓨터를 켰다. 부팅하는 동안 슬랙을 다시 확인했다. 알림이 12개 더 늘었다. 기획팀장이 온라인 상태로 바뀌었다. 3초 후 DM이 왔다. "디자님 출근하셨어요? 긴급 건들 확인 부탁드려요~" 물결 표시가 두 개. 급한 거 맞다. "네, 지금 확인 중입니다." Enter를 누르는 순간, 할 일의 우선순위가 재편성됐다.표정 수정 (1순위 → 보류) UI 아이콘 원본 찾기 (없었음 → 긴급) 마케팅 배너 (몰랐음 → 최우선) 보스 몬스터 컨셉 (오늘 → 내일) 팀 리뷰 준비 (이번 주 → 다음 주)포토샵을 켰다. 최근 파일 목록을 봤다. 어제 작업하던 보스 러프가 보였다. "미안, 넌 오늘 못 만나."10시 20분, 첫 번째 긴급 표정 수정부터 했다. PSD를 열었다. 레이어가 127개. 표정 레이어를 찾았다. 28번째. 기획팀이 올린 피드백을 읽었다. "표정이 너무 무표정해요. 좀 더 생동감 있게?" "근데 너무 밝으면 캐릭터 콘셉이랑 안 맞고요." "적당히 미소 띠는 느낌?" 적당히. 이 단어가 제일 어렵다. 기획자마다 '적당히'의 기준이 다르다. 일단 눈썹을 올렸다. 2픽셀. 입꼬리를 올렸다. 3픽셀. 눈동자에 하이라이트를 추가했다. 저장하고 슬랙에 올렸다. "이 정도 어떠신가요?" 3분 후 답장. "오 좋은데요! 근데 좀 더 밝게 할 수 있을까요?" 다시 PSD를 열었다. 입꼬리를 2픽셀 더 올렸다. 저장, 업로드. "이 정도는?" "완벽해요!" 20분 걸렸다. 표정 레이어 두 개 수정하는 데.11시, 두 번째 긴급 UI 아이콘 원본 파일. 문제는 내가 안 만들었다는 것. 전임자가 만든 파일이다. 퇴사한 지 6개월. 인수인계는 엑셀 한 장. "UI 아이콘은 /Assets/UI/Icon 폴더에" 폴더를 열었다. 파일이 643개. 이름은 전부 "icon_001.png", "icon_002.png" 원본 PSD는 없다. 백업 폴더를 뒤졌다. NAS를 뒤졌다. 구글 드라이브를 검색했다. 30분 후, 찾았다. 전임자 개인 폴더 깊숙한 곳에. "Icon_final_real_final_v3.psd" 네이밍 센스는 여전하다. 파일을 열었다. 레이어 정리가 안 돼 있다. "레이어 1 복사본 4", "레이어 12 복사본" 깨진 아이콘을 찾아서 익스포트했다. 슬랙에 올렸다. "찾았습니다." 좋아요 이모지 세 개. 감사 메시지는 없다. 11시 40분. 오전이 거의 끝났다. 12시, 세 번째 긴급 점심 먹고 하려 했다. 배가 고팠다. 아침을 안 먹었다. 슬랙에서 마케팅팀 DM. "디자님 배너 작업 언제쯤 가능하세요? 오후 3시까지 필요해요ㅠㅠ" 시계를 봤다. 12시 5분. 점심 시간 빼면 2시간.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점심은 편의점 삼각김밥. 책상에서 먹었다. 마케팅팀이 준 기획서를 읽었다. "컨셉: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느낌" "타겟: 20-30대 남성, 여성" "톤앤매너: 밝으면서도 고급스럽게" 화려한데 절제된. 밝은데 고급스러운.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안다. '잘 만들어주세요'라는 뜻이다. 레퍼런스를 찾았다. 핀터레스트에서 'game event banner'를 검색했다. 500장을 봤다. 5장을 저장했다. 포토샵 새 파일. 1920x400. 캐릭터 일러스트를 배치했다. 배경을 깔았다. 그라데이션. 텍스트를 넣었다. 폰트를 고민했다. 1차 시안 완성. 1시 30분. 슬랙에 올렸다. 5분 후 피드백. "좋아요! 근데 캐릭터 좀 더 크게, 배경은 좀 더 어둡게?" 수정했다. 캐릭터 120% 확대. 배경 명도 -15. 다시 올렸다. "오 좋은데, 텍스트가 안 보이네요?" 맞다. 배경을 어둡게 해서 텍스트가 묻혔다. 텍스트에 외곽선을 넣었다. 세 번째 업로드. "완벽해요! 2종도 부탁드려요~" 2종. 같은 작업을 한 번 더. 2시 50분에 끝났다. 3시, 계획된 작업 드디어 보스 몬스터 컨셉을 시작하려 했다. 태블릿을 켰다. 브러시를 선택했다. 슬랙 알림. 기획팀 채널. "@channel 내일 클라이언트 빌드 올라갑니다. 미완성 에셋은 오늘까지 완료 부탁드려요." 내일 빌드. 오늘까지 완료. 할 일 리스트를 다시 봤다. 미완성 에셋이 7개. 보스 몬스터는 다음 주 빌드용이다. 우선순위가 또 바뀌었다. 미완성 에셋부터 마무리해야 한다. NPC 얼굴 3종, 무기 아이콘 2종, 배경 소품 2종. 러프 상태였다. 디테일 작업이 필요하다. 시계를 봤다. 3시 15분. 퇴근까지 4시간. "오늘도 야근이구나." 5시, 집중 작업 이어폰을 꼈다. 로파이 플레이리스트. 슬랙 알림을 껐다. 30분만. NPC 얼굴부터 했다. 러프를 정리했다. 선을 다듬었다. 색을 올렸다. 음영을 넣었다. 집중하면 빠르다. 20분 만에 1개 완성. 두 번째 NPC. 15분. 세 번째 NPC. 18분. 무기 아이콘. 10분, 12분. 배경 소품. 8분, 9분. 5시 50분. 전부 끝났다. 슬랙 알림을 다시 켰다. 밀린 메시지 23개. 대부분 확인만 하면 되는 것들. "수고하셨습니다", "확인했어요", "오 좋네요" 하나가 눈에 띄었다. 기획팀장 DM. "디자님, 보스 몬스터 컨셉 진행 상황 어떠세요?" 진행 상황. 0%. "오늘 긴급 건들 처리하느라 시작을 못 했습니다. 내일 오전부터 집중해서 진행하겠습니다." 답장이 바로 왔다. "아 그렇군요. 수고 많으셨어요. 내일 기대할게요!" 기대. 부담이 된다. 7시, 퇴근 자리를 정리했다. 태블릿을 끄고, 모니터를 껐다. 오늘 한 일을 생각해봤다.표정 수정: 20분 아이콘 파일 찾기: 40분 마케팅 배너 2종: 2시간 미완성 에셋 7종: 2시간합계: 5시간. 계획했던 일: 0%. 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옆자리 선배가 물었다. "오늘 보스 컨셉 시작했어?" "못 했어요. 긴급 건들만 하다가..." "어제도 그랬잖아." 맞다. 어제도 긴급 건 3개였다. "내일은 해야지." "내일도 긴급 건 올 걸?" 선배가 웃었다. 농담이 아니다. 9시, 집 현관문을 열었다. 불을 켰다. 가방을 던졌다. 소파에 앉아서 폰을 켰다. 슬랙을 확인하지 않으려 했다. 확인했다. 새 메시지 5개. 전부 내일 오전 회의 공지. 타임라인을 봤다. 다른 회사 아티스트들이 올린 작업물. 개인 작업, 커미션, 팬아트. "다들 언제 그리는 거지." 내 폴더를 열었다. 개인 작업 PSD. 마지막 수정일: 2주 전. 열어보지 않았다. 열면 그리고 싶어진다. 그리고 싶어지면 못 자게 된다. 내일 또 긴급 건이 올 것이다. 샤워를 하고 누웠다. 눈을 감았다. 보스 몬스터가 떠올랐다. 러프 스케치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폰을 들었다. 메모 앱을 켰다. 아이디어를 적었다. "뿔 3개, 날개 비대칭, 색감은 보라+검정" 내일 출근하면 이걸 보고 시작할 것이다. 긴급 건이 없다면.오늘도 긴급이 일상을 이겼다. 내일은 내 작업을 할 수 있을까.

Clip Studio vs Photoshop: 게임 원화가의 택1 고민

Clip Studio vs Photoshop: 게임 원화가의 택1 고민

회사 컴퓨터엔 포토샵, 집 컴퓨터엔 클스 출근하면 포토샵 켠다. 퇴근하면 클립스튜디오 켠다. 5년째 이러고 산다. 회사에서 클스 쓰고 싶다고 했다가 "PSD 호환 때문에 안 돼"라는 답 들었다. 맞는 말이긴 하다. 아트팀 전체가 포토샵이고, 기획팀도 포토샵으로 열어보고, UI팀도 포토샵 파일 받는다. 그래서 회사 일은 전부 포토샵이다. 근데 집에서 개인 작업할 땐 클스다. 손에 딱 붙는다. 선 따는 느낌이 다르다. 브러시 반응이 더 자연스럽다. 만화 그릴 때는 아예 비교 불가다. 문제는 이게 섞인다는 거다. 회사에서 포토샷 단축키 쓰다가 집에서 클스 켜면 손이 헷갈린다. 집에서 클스 쓰다가 월요일 출근하면 포토샵이 어색하다. "그냥 하나만 쓰면 되잖아"라고? 그게 안 된다. 각자 잘하는 게 다르다.포토샵이 잘하는 것 포토샷은 사진 작업이 강하다. 당연하다. 이름부터 포토샵이다. 레퍼런스 합성할 때 포토샵만 한 게 없다. 실사 텍스처 붙이고, 색감 조정하고, 필터 돌리는 건 포토샵이 최고다. 우리 팀 컨셉 아트는 실사 베이스가 많다. 갑옷 질감, 무기 표면, 배경 돌바닥 같은 거. 사진 찾아서 변형하고 붙이고 그린다. 이럴 땐 포토샵이 압도적이다. 스마트 오브젝트도 편하다. 로고 작업, UI 요소 같은 거 수정할 때 원본 건드리지 않고 바꿀 수 있다. 기획이 "이 문양 크기 50% 줄여주세요" 하면 30초 컷이다. 조정 레이어도 좋다. 색감 테스트할 때 비파괴로 막 돌려본다. 아트디렉터가 "좀 더 차갑게" 하면 색상 레이어 하나 올리면 끝이다. 그리고 3D 기능. 블렌더에서 렌더 떠온 거 포토샵에서 후보정하는데, 레이어 효과랑 필터가 강력하다. 클스도 3D 되긴 하는데 이쪽은 포토샵이 낫다. 회사가 포토샵 쓰는 이유를 안다. 협업 때문이다. 10명이 같은 툴 쓰면 파일 주고받기 편하다. PSD는 업계 표준이다. 근데 그림 그릴 땐 아니다. 클립스튜디오가 잘하는 것 클스는 그림 그리는 툴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을 위해 만들어졌다. 선화가 다르다. 포토샵 브러시는 뭔가 뻑뻑하다. 손맛이 덜하다. 클스는 펜 터치가 살아있다. 입력 지연도 적다. 빠르게 스케치하면 그 차이가 확 느껴진다. 손떨림 보정이 기본 탑재다. 포토샵도 있긴 한데 클스가 더 정교하다. 긴 선 그을 때 떨림 없이 쭉 뻗는다. 캐릭터 윤곽선 작업할 때 이거 없으면 못 그린다. 벡터 레이어가 진짜 미친 기능이다. 래스터로 그린 선을 나중에 수정할 수 있다. 선 두께 바꾸고, 위치 옮기고, 각도 돌리고. 클라이언트가 "팔 길이 5mm만 늘려주세요" 하면 벡터 레이어에서 쭉 늘리면 된다. 만화 작업은 비교 불가다. 말풍선, 효과선, 집중선 툴이 다 있다. 컷 나누기도 자동이다. 주말에 취미로 만화 그리는데 클스 없으면 못 그린다. 브러시 커스터마이징도 클스가 낫다. 포토샵 브러시 세팅은 복잡하다. 클스는 직관적이다. 펜압, 속도, 각도 다 쉽게 조정된다. 그리고 가격. 포토샵은 월 2만원대 구독이다. 클스는 5만원에 평생 쓴다. 학생 때 세일할 때 질렀다. 지금까지 5년 썼으니 본전 뽑았다. 문제는 회사에서 못 쓴다는 거다.실전: 어떤 작업에 뭘 쓰는가 회사 작업은 무조건 포토샵이다. 선택권이 없다. 캐릭터 컨셉 시안 10개 그릴 때. 포토샵에서 러프 스케치한다. 실사 레퍼런스 붙인다. 갑옷은 중세 갑옷 사진, 얼굴은 배우 사진, 배경은 풍경 사진. 다 합쳐서 하나로 만든다. 이게 우리 팀 컨셉 아트 스타일이다. 실사 베이스에 페인팅 오버. 포토샵 아니면 못 한다. 무기 디자인도 포토샵이다. 3D 모델 가져와서 각도 돌리고, 텍스처 입히고, 후보정한다. 기획이 "이거 골드 버전, 실버 버전 만들어주세요" 하면 조정 레이어로 뚝딱이다. UI 컨셉도 포토샵이다. UI팀이랑 협업할 때 PSD 파일로 주고받는다. 레이어 이름 정리하고, 폴더 정리하고, 스마트 오브젝트로 만들어서 넘긴다. 근데 개인 작업은 다르다. 트위터에 올리는 팬아트는 클스다. 요즘 그리는 건 세미 일러스트 스타일이다. 선화 따고, 평면 채색하고, 그림자 얹는다. 애니메이션 스타일. 이건 클스가 훨씬 빠르다. 커미션도 클스다. 주로 캐릭터 일러스트. 클라이언트가 "선화 확인 부탁드려요" 하면 벡터 레이어라 수정 편하다. "눈 크기 키워주세요" 하면 5분 컷이다. 주말 만화 작업은 100% 클스다. 컷 나누고, 대사 넣고, 효과 넣고. 32페이지 단편 작업할 때 클스 없었으면 두 배 걸렸다. 문제는 이걸 섞어 쓴다는 거다. 회사 일 하다가 집에서 개인 작업하면 손이 헷갈린다. 단축키가 다르다. Ctrl+T가 포토샵에선 자유변형인데 클스에선 텍스트다. 머리는 두 개 툴을 구분하는데 손은 헷갈린다. 다른 원화가들은 뭘 쓸까 회사 선배는 포토샵만 쓴다. 20년 경력이다. "클스? 그거 만화가들 쓰는 거 아냐?" 씹선배다. 포토샵으로 다 한다. 선화도 포토샵 브러시로 딱딱 그린다. 손에 익었다고 한다. 바꿀 이유가 없다고 한다. 실력 있으면 툴은 상관없다는 걸 보여주는 케이스다. 후배는 클스 쓰고 싶어 한다. 신입이라 아직 못 꺼낸다. 집에서 클스로 연습한다고 했다. "회사에서도 쓰고 싶은데 눈치 보여요." 아트디렉터는 페인터다. 네, 코렐 페인터. 진짜 쓰는 사람 있다. 디렉터라 자기 마음대로 쓴다. 페인터로 러프 그리고 포토샵으로 옮긴다. 프리랜서 친구는 클스 100%다. 게임사랑 일 안 한다. 출판, 웹툰, 캐릭터 디자인만 한다. "포토샵? 가끔 쓰긴 하는데 메인은 클스지." 결국 업계마다 다르다. 게임사는 포토샵, 출판/웹툰은 클스, 애니는 또 다르다. 나는 둘 다 해야 하는 처지다.그래서 뭘 추천하냐면 신입한테 물어보면 이렇게 답한다. "게임사 가려면 포토샵 배워라. 포트폴리오도 포토샵으로 만들어라." 현실이다. 채용공고 봐라. "포토샵 능숙자 우대" 쓰여있다. 클립스튜디오는 없다. 면접 때 "어떤 툴 쓰세요?" 물어본다. "클립스튜디오요" 하면 "포토샵은요?" 물어본다. "잘 못 써요" 하면 감점이다. 게임 회사는 포토샵이 표준이다. 바꿀 생각 없다. 협업 시스템이 다 포토샵 기준이다. 근데 개인적으론 클스 추천한다. 그림 그리기엔 클스가 낫다. 선화, 채색, 브러시 반응 다 클스가 좋다. 내가 지금 신입이라면? 둘 다 배운다. 포토샵으로 취직하고, 클스로 실력 키운다. 실제로 나도 그렇게 했다. 대학 때 포토샵 배웠다. 회사 들어가서도 포토샵 썼다. 2년 차에 클스 시작했다. 개인 작업 속도가 두 배 빨라졌다. 지금은 두 개 다 쓴다. 회사에선 포토샵, 집에선 클스. 손은 헷갈려도 결과물은 좋다. 툴은 도구다. 중요한 건 그림 실력이다. 포토샵으로 못 그리면 클스로도 못 그린다. 근데 좋은 도구 쓰면 더 잘 그릴 수 있다. 그게 클스든 포토샵이든. 요즘 생각: AI가 다 바꿀지도 솔직히 요즘은 이 고민도 옛날 얘기가 될 것 같다.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나오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툴 싸움이 무슨 의미인가. AI가 10초 만에 그려버리는데. 회사에서도 AI 쓴다. 컨셉 시안 뽑을 때 미드저니로 레퍼런스 만든다. 예전엔 구글링 2시간 하던 거 이젠 10분이다. 아트디렉터가 "AI로 러프 뽑아봐" 한다. 뽑는다. 괜찮다. 거기서 수정한다. 작업 시간 반 준다. 무섭다. 내 일이 줄어드는 게 보인다. 근데 또 생각해보면 툴 하나 더 늘어난 거다. 예전엔 포토샵 vs 클스였는데 이젠 포토샵 vs 클스 vs AI다. 결국 잘 쓰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포토샵 잘 쓰는 사람, 클스 잘 쓰는 사람, AI 잘 쓰는 사람. 나는? 셋 다 배운다. 선택권 없다. 배워야 산다. 5년 전엔 "포토샵만 알면 돼" 였다. 지금은 "포토샵, 클스, 블렌더, AI 다 좀 할 줄 알아야 돼" 다. 앞으로 5년 뒤는? 모르겠다. 지금 고민하는 게 다 쓸모없어질 수도 있다. 근데 뭐 어쩌겠나. 지금 할 수 있는 거 하는 거지.회사 컴퓨터 포토샵 켜고, 집 컴퓨터 클스 켠다. 오늘도 그렇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