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From
컨셉아트
- 05 Jan, 2026
러프 스케치 단계에서 요구하는 디테일은 모순이다
러프에 디테일을 달라니 회의실에 들어갔다. 기획팀 3명, 아트팀장, 나. "이번 신규 캐릭터 컨셉 보겠습니다." 프로젝터에 내 러프를 띄웠다. 실루엣 3종, 각 20분씩 그렸다. 러프니까. 기획팀장이 말했다. "표정이 더 보고 싶은데요." "러프 단계라 아직..." "그리고 이 의상 주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요." "디테일은 채택된 안으로 넘어가서..." "손에 든 무기도 좀 더 구체적으로요. 이게 검인지 창인지." 러프 스케치 회의가 2시간 걸렸다. 결론: 3안 다 다시. 더 구체적으로.러프의 정의부터 다시 퇴근길에 동기한테 톡했다. "러프가 뭐라고 생각해?" "빠르게 여러 방향 제시하는 거지." "맞지?" 러프는 방향성이다. A냐 B냐 C냐. 큰 실루엣, 컬러 톤, 느낌. 디테일은 방향 정해진 다음이다. 당연한 얘기다. 근데 기획은 러프 단계에서 완성본을 원한다. 표정, 주름, 장신구, 무기 형태, 심지어 "이 천 재질이 뭐예요?" 이런 질문까지. 그럼 그냥 완성본 그리라는 건데. 완성본을 3개 그리면 뭐가 문제냐. 시간이다. 러프 하나에 20분. 완성본 하나에 8시간. 3개면 24시간 vs 1시간. 차이가 24배다. 24배 시간 써서 3개 다 버려지면 어쩔 건데. 기획은 "아 이 방향 아닌 것 같아요" 하면 끝이지만, 나는 3일 날아간다.요구의 구조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해봤다. 기획은 불안하다. 러프만 보고 결정하기 무섭다. "이게 완성되면 어떨지 모르겠어요." 그 말 자주 듣는다. 그래서 러프 단계에서 최대한 많이 보려고 한다. 완성본에 가까울수록 안심이 된다. 이해는 간다. 근데 그게 아티스트의 일을 24배로 늘린다는 걸 모른다. 아니, 알아도 "그래도 필요한데요"라고 한다. 회사 구조도 한몫한다. 기획팀장이 위에 보고할 때 러프보다 완성본 같은 게 좋다. 위에서도 "이게 뭐야, 낙서네" 이런 소리 안 들으려고. 결국 아트팀이 그 시간을 다 메운다. 우리 야근으로. 팀장한테 얘기했다. "러프 기준 다시 정해야 하지 않나요." "알아. 근데 기획이 저러는데 어떡해." "기준이 없으니까 저러는 거잖아요." "다음 프로젝트 때 정리해보자." 다음 프로젝트. 언제인지 모른다. 지금 프로젝트는 계속 돌아간다.디테일의 시간 집에 와서 계산했다. 러프 3안 → 각 20분 → 1시간 수정 요구 → 디테일 추가 → 각 3시간 → 9시간 총 10시간 정상 프로세스: 러프 3안 → 1시간 선택 1안 → 완성 8시간 총 9시간 1시간 차이? 아니다. 3안 다 디테일하게 그리면, 안 쓰이는 2안의 6시간은 그냥 증발한다. 그 6시간에 다른 캐릭터 러프 18개를 그릴 수 있다. 다음 프로젝트 사전 작업을 할 수 있다. 개인 포폴을 만들 수 있다. 근데 그냥 사라진다. "아 이 안 아니네요" 한마디에. 이게 한 달에 2번, 3번 쌓이면 일정이 밀린다. 밀리면 야근한다. 야근하면 다음 작업 퀄리티 떨어진다. 떨어지면 수정 들어온다. 또 야근한다. 악순환이다. 표준이 없다 문제는 회사마다, 프로젝트마다 기준이 다르다는 거다. 예전 회사는 러프 정말 러프했다. 막대기 인간도 통과됐다. 실루엣만 보는 거니까. 지금 회사는 러프에 음영 넣고 컬러 넣고 표정 넣으라고 한다. 그럼 그게 러프냐. 해외 아트북 보면 정말 막대기 러프 많다. 그걸로 방향 잡고, 선택된 안 하나만 완성도 높인다. 당연한 프로세스다. 근데 한국 게임 회사는 모든 단계에 완성도를 요구한다. 러프도 완성도, 1차 완성도 더 높게, 2차 완성도 더더 높게. 끝이 없다. 신입이 물어봤다. "러프는 어느 정도로 그려야 해요?" "음... 케바케." "기준이 없어요?" "응. 기획 성향 따라가." 이게 답이라는 게 웃긴다. 요청의 번역 기획이 원하는 걸 번역해봤다. "디테일 더 주세요" → "이걸로 위에 보고해야 하는데 민망해요" "표정 보고 싶어요" → "캐릭터 감정선을 러프로는 못 읽겠어요" "무기 형태 구체적으로" → "모호하면 나중에 책임 소재 애매해요" 다 이해한다. 진짜로. 근데 그럼 처음부터 "완성본 3개 주세요"라고 하면 안 되나. 러프 회의라고 해놓고 완성본 요구하지 말고. 시간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러프면 이틀, 완성본이면 일주일. 근데 "러프요" 하길래 이틀 잡았는데 "디테일이요" 하면 일주일 일을 이틀에 해야 한다. 불가능하면 야근이다. 주말 출근이다. "원래 게임 업계가 이래" 이런 소리 듣는다. 아니다. 프로세스 문제다. 선배의 조언 점심 때 선배한테 물었다. 10년차다. "형은 어떻게 해요?" "러프 요청 오면 일단 디테일하게 그려." "그럼 시간 엄청 걸리잖아요." "응. 근데 한 번에 통과되면 수정 안 해도 돼." "안 통과되면요?" "그땐... 운이 없는 거지." 허탈했다. 다른 선배는 달랐다. 7년차. "나는 진짜 러프만 줘. 막대기 수준." "기획이 뭐라 안 해요?" "해. 근데 '러프니까요' 하고 버텨. 선택되면 그때 그려." "통과돼요?" "반반. 근데 내 시간은 지킨다." 방법론이 사람마다 다르다. 정답이 없다는 뜻이다. 나는 중간쯤 한다. 러프보단 디테일하게, 완성본보단 덜. 그래도 "좀 더"를 듣는다. 끝이 없다. 아티스트의 책임 곰곰이 생각했다. 우리 잘못도 있다. 아티스트가 러프를 대충 그려서 문제가 생긴 적도 있다. "이 느낌으로 가요" 했는데 완성본이 180도 달랐다. 기획이 뒤집어졌다. "러프에서 이런 느낌 아니었잖아요." 그럼 기획 입장에선 러프를 못 믿는다. "완성본 나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이 말이 나온다. 신뢰의 문제다. 아트팀이 러프로 방향을 정확히 제시하고, 완성본에서 그 방향을 유지하면 기획도 안심한다. 근데 그게 항상 되는 건 아니다. 완성 과정에서 느낌이 바뀐다. 더 좋게 하려다 보면 원래 방향에서 벗어난다. 그럼 또 수정이다. 결국 기획은 러프 단계에서 최대한 확정하려 한다. "여기 이거 이렇게 가는 거 확실해요?" "표정은 이대로 확정이에요?" 확정은 완성본에서 해야 하는데, 러프에서 확정하려 한다. 모순이다. 회사의 시스템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러프 → 1차 완성 → 2차 완성 → 최종 완성 이렇게 4단계를 거치는데, 각 단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러프는 뭘 보여줘야 하나. 실루엣? 컬러? 표정? 디테일? 회사가 정해줘야 한다. 근데 안 한다. "알아서 해" "상황 봐서" "유연하게" 이런 말만 들린다. 그럼 아티스트는 불안하다. 덜 그리면 "성의 없다", 많이 그리면 시간 낭비. 중간은 어디냐. 모른다. 기획도 불안하다. 러프로 결정하기 무섭다. 완성본 나오면 다를까봐. 둘 다 불안하니까 안전하게 간다. 러프를 완성본처럼. 시간이 두 배로.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러프 단계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기획도 아트도 그걸 따라야 한다. 근데 누가 바꾸나. 위에서 안 바꾸면 안 바뀐다. 타협점 현실적으로 생각했다. 시스템 안 바뀐다. 당분간은.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냐.러프 수준 미리 확인 회의 전에 물어본다. "이번 러프는 어느 정도 디테일 원하세요?" 애매한 답 오면 예시 보여준다. "이 정도요? 아님 이 정도요?" 확실히 하고 시작한다.시간 명확히 전달 "러프 3개면 하루, 디테일 추가하면 3일 걸립니다." 숫자로 말한다. 감으로 하지 않는다.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이 일정에 이 퀄리티는 불가능합니다." 팀장 통해서라도 전달한다. 죽어라 하다가 번아웃 오는 것보단 낫다.러프 단계 기록 러프 보여줄 때 "이건 러프입니다. 완성본과 30% 정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명시한다. 나중에 "러프랑 다르잖아요" 하면 "러프니까요" 할 수 있게.완벽하진 않다. 근데 안 하는 것보단 낫다. 이상과 현실 이상적으로는 이렇다. 러프는 5분. 10개 그린다. 방향 10개. 기획이 3개 고른다. 그 3개만 20분씩 디테일 러프. 1개 선택. 그것만 8시간 완성. 총 시간: 5분x10 + 20분x3 + 8시간 = 9시간 50분 산출물: 완성본 1개, 과정 명확 현실은 이렇다. 러프 3개 그린다. 각 3시간씩. 기획이 "다 아닌 것 같아요" 한다. 3개 더 그린다. 각 3시간씩. "1번이랑 4번 섞어주세요" 한다. 섞는다. 4시간. "표정을 좀 더" 한다. 수정한다. 2시간. 겨우 완성본 작업 시작. 8시간. 총 시간: 3x6 + 4 + 2 + 8 = 32시간 산출물: 완성본 1개, 과정 지옥 3배 넘게 걸렸다. 같은 결과물에. 차이는 프로세스다. 기준이 없으니까 이렇게 된다. 결론 아닌 결론 오늘도 러프 회의가 있다. 3시. 러프 3개 준비했다. 각 1시간씩 걸렸다. 러프치곤 디테일하다. 표정, 주름, 무기 형태 다 들어갔다. 그래도 "좀 더"를 들을 것 같다. 이게 모순이라는 걸 안다. 회사도 안다. 기획도 안다. 근데 안 바뀐다. 언젠가 바뀔까. AI가 러프를 1초에 100개 그려주면 바뀔까. 아니면 아티스트가 다 번아웃으로 쓰러져야 바뀔까.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3시 회의 준비한다. 커피 한 잔 더 마신다. "좀 더" 들으면 "네" 한다. 그렇게 오늘도 돌아간다.러프는 러프여야 하는데, 완성본이 되어버린다. 그 사이 시간이 증발한다.
- 13 Dec, 2025
오후 3시의 팀 리뷰: 모두가 침묵하는 순간
오후 3시의 팀 리뷰: 모두가 침묵하는 순간 아트보드에 올린 순간 3시 정각. 슬랙에 메시지 날렸다. "이번 주 작업물 아트보드에 올렸습니다." 손가락이 떨렸다. 마우스 클릭하는데 2초 걸렸다. 일주일 동안 붙잡고 있던 신규 캐릭터 컨셉 3종. 러프부터 최종 렌더링까지 총 42시간. 파일명: NewChar_Concept_v3_final_real.psd 업로드 버튼 누르고 화장실 갔다. 손 씻으면서 스마트폰 확인. 아무 반응 없음.10분이 지났다 자리 돌아와서 슬랙 다시 봤다. 읽음 표시 7명. 댓글 0개. 모니터 두 개 켜놨다. 왼쪽엔 슬랙, 오른쪽엔 아트보드. 내 그림 보면서 다시 체크했다. 실루엣 괜찮다. 컬러 밸런스도 맞다. 디테일도 살렸다. 레퍼런스 20장 뒤져가며 그린 거다. 기획서 요구사항 다 반영했다. 그런데 왜 아무도 안 달지. 옆자리 김 과장 모니터 슬쩍 봤다. 아트보드 켜져 있다. 내 그림 보고 있다. 스크롤 내리고 있다. 그런데 타이핑은 안 한다. 심장 빨리 뛴다.침묵의 종류 게임 회사 5년 다니면서 배운 거 있다. 침묵은 종류가 있다는 것. 좋은 침묵:모두가 만족해서 할 말이 없는 침묵 (본 적 없음) 너무 완벽해서 피드백할 게 없는 침묵 (이것도 본 적 없음)나쁜 침묵: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몰라서 침묵 너무 별로인데 말하기 애매해서 침묵 수정 요청하기 미안해서 침묵 관심 없어서 침묵지금 이게 뭔지 모르겠다. 그게 제일 무섭다. 차라리 "여기 이상한데요" 하나가 백 번 낫다. "전체적으로 다시 가져가시죠" 도 괜찮다. 뭐라도 달아줘. 3시 12분. 여전히 댓글 없음. 리더가 말했다 3시 15분. 아트 리드 박 팀장이 댓글 달았다. "3시 반에 회의실로 모이시죠." 끝. 이게 뭐야. 회의실 소집이면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칭찬하려고 부르는 건 아닐 거다. 칭찬은 슬랙에 이모지로 한다. 수정 요청이면 "여기 좀" 하고 끝이다. 회의실은 심각한 얘기할 때다. "컨셉 방향을 전면 수정합니다" 같은 거. 타블렛 펜 만지작거렸다. 15분 남았다. 옆자리 이 사원이 물었다. "형, 물 마실래요?" "응." 목이 말랐다.회의실 문 앞 3시 28분. 일찍 도착했다. 회의실 유리문 너머로 텅 비어 있다. 의자 7개. 빔 프로젝터 하나. 화이트보드. 저기서 내 그림 까이는 거다. 손에 땀 났다. 노트북 들고 서 있다. 일찍 들어가서 세팅할까. 아니면 밖에서 기다릴까. 3시 29분. 박 팀장 왔다. "어, 벌써 왔어요?" "네." 같이 들어갔다. 노트북 켰다. 내 파일 미리 띄워놨다. 3시 30분. 다른 팀원들 들어왔다. 김 과장, 이 사원, 최 선임, 기획팀 정 과장. 다들 표정이 애매하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얼굴. 회의 시작했다. 첫마디 박 팀장이 말했다. "다들 봤죠?" 고개 끄덕임. 다섯 명. "어떻게 생각하세요?" 침묵. 5초 지났다. 아무도 안 말한다. 최 선임이 먼저 입 열었다. "음... 전체적으로는..." 멈췄다. "괜찮은 것 같은데..." 또 멈췄다. "근데 뭔가..." 끝까지 안 말한다. 이게 제일 답답하다. 누군가 말했다 기획팀 정 과장이 말했다. "저는 좋은 것 같은데요." 반가웠다. 누군가 긍정적 멘트. "근데 기획 의도랑 조금..." 식었다. "조금이 아니라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끝났다. 기획서 10번 읽었다. 요구사항 체크리스트 만들어서 확인했다. 다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부분이요?" 내가 물었다. "전체적인 느낌이요." 전체적인 느낌. 이게 제일 막연하다. 뭘 고쳐야 하는지 모르겠다. 실루엣? 컬러? 의상? 표정?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다른가요?" 다시 물었다. 정 과장이 한숨 쉬었다. "설명하기 어려운데..." 설명하기 어�우면 내가 어떻게 고치냐. 두 번째 침묵 회의실 에어컨 소리만 들린다. 박 팀장이 스크롤 내렸다. 내 컨셉 3종 다시 보고 있다. 김 과장도 보고 있다. 이 사원도. 근데 아무도 안 말한다. "이 캐릭터가 뭘 해야 하는 캐릭터인지 모르겠어요." 최 선임이 말했다. 뭘 해야 하는 캐릭터. 기획서엔 "중립 지역 NPC, 퀘스트 제공자" 라고 썼다. 그래서 친근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으로 그렸다. "기획서대로 그렸는데요." 내가 말했다. "기획서는 맞는데 느낌이..." 또 느낌. 이 사원이 거들었다. "저도 뭔가 애매한 것 같아요." 애매하다는 말. 이게 제일 듣기 싫다. 애매하면 뭐가 문제인지 말해줘. 컬러가 애매한가. 포즈가 애매한가. 표정이 애매한가. "애매한 게 뭔가요?" 물었다. "그냥... 전체적으로요." 전체적으로. 리더의 판단 박 팀장이 정리했다. "일단 방향은 맞는 것 같아요." 숨 쉬었다. "근데 디테일 조정이 필요할 것 같네요." 또 시작이다. 디테일 조정. 이게 3일인지 1주일인지 모른다. 어디를 얼마나 고쳐야 하는지도 모른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조정할까요?" 물었다. 팀장이 턱을 만졌다. 5초 지났다. "일단 컬러 톤을 조금 더 밝게 가져가고요." 메모했다. 컬러 톤 up. "표정도 좀 더 친근하게." 메모. 표정 보정. "의상 디테일도 좀 더 심플하게." 메모. 의상 단순화. "전체적인 실루엣은 좋은데 포즈를 조금 더 다이나믹하게." 메모 멈췄다. 심플하게 하면서 다이나믹하게? 이게 가능한가. 묻지 않았다. 물어봐야 "느낌상 그렇게" 라고 할 거다. 회의 끝 3시 50분. 20분 동안 결론. "v4로 다시 가져오시죠." 알았다고 했다. 회의실 나왔다. 다들 자리 돌아갔다. 나도 돌아왔다. 모니터 앞에 앉았다. 포토샵 켰다. NewChar_Concept_v3_final_real.psd 열었다. 레이어 76개. 42시간. Ctrl+S. 다른 이름으로 저장. NewChar_Concept_v4_fix.psd 어디서부터 고칠까. 피드백 없음이 최악이다 결국 수정 방향 나왔다. 근데 찝찝하다. 회의실에서 20분 동안 침묵이 더 길었다. 구체적인 피드백은 5분. 나머지 15분은 "음...", "그런데...", "뭔가..." 였다. 이게 제일 힘들다. 차라리 "전부 다시 그려" 가 낫다. 명확하다. 뭘 해야 할지 안다. "애매해요", "느낌이 이상해요" 는 답이 없다. 내가 느낌을 맞춰야 하는데 그 느낌이 뭔지 모른다. 10번 고쳐도 "여전히 뭔가..." 라고 할 수 있다. 슬랙에 또 올렸다 4시 30분. v4 1차 수정 끝. 컬러 톤 올렸다. 표정 바꿨다. 의상 심플하게. 슬랙에 올렸다. "수정본 올렸습니다." 10분 지났다. 읽음 5명. 댓글 0개. 또 시작이다. 박 팀장이 이모지 달았다. 눈 이모지 하나. 이게 좋다는 건지 "보긴 봤다" 는 건지 모르겠다. 5시 됐다. 아직도 댓글 없음. 내일 또 회의실 갈 것 같다. 그리고 또 "뭔가..." 들을 것 같다. 퇴근길 7시 10분. 퇴근했다. 지하철 탔다. 핸드폰 켰다. 슬랙 알림 하나. 박 팀장: "내일 오전에 다시 보죠." 또. 이어폰 꽂았다. 음악 틀었다. 창밖 봤다. 어제 그린 팬아트 생각났다. 트위터에 올렸더니 좋아요 800개. "터치 미쳤다", "색감 최고" 댓글 30개. 회사 일은 일주일 붙잡아도 "뭔가 애매" 인데. 집에서 3시간 그린 건 좋아요 800개. 뭐가 다른 걸까. 집 도착했다. 9시. 샤워하고 타블렛 켰다. NewChar_Concept_v4_fix.psd 열었다. 또 고쳐야 한다. 어디를 어떻게 고칠지는 모른다. 내일 회의실에서 알려줄 것이다. "전체적인 느낌" 을.침묵보다 무서운 건 "뭔가 애매한 것 같아요" 다.
- 07 Dec, 2025
퇴근 후 개인 작업이 진짜 일인 날들
7시 10분, 진짜 출근 회사 문 나섰다. 7시 12분. 집까지 25분. 편의점 들르면 30분. 현관문 열고 들어오는 순간이 진짜 출근이다. 회사에서 8시간 그렸다. 아니, 그린 건 4시간? 나머지는 회의, 수정 회의, 재수정 회의. "실루엣 좀 더 강하게요." "배색 다시요." "기획 바뀌었어요." OK 누르고 레이어 복사하고 또 그렸다. 근데 이건 내 그림이 아니다. 회사 그림이다. 클라이언트 그림이다. 손은 움직였는데 머리는 안 움직였다.집에 오면 30분 멍 때린다. 소파에 누워서 천장 본다. 유튜브 틀어놓는다. 그림 타임랩스 영상. 남의 작업 보면서 손목 푼다. 8시쯤 되면 자리에 앉는다. 타블렛 켜고 클립 스튜디오 띄운다. 새 캔버스. 4000x4000. 300dpi. 이제부터가 진짜 일이다. 회사 그림 vs 내 그림 회사에서 그리는 건 '작업'이다. 집에서 그리는 건 '그림'이다. 같은 손으로 그리는데 다르다. 회사 작업은 체크리스트다.기획 의도 반영했나 아트 디렉터 피드백 적용했나 다른 팀원 스타일이랑 맞나 일정 안에 들어오나10개 체크하면 끝이다. 통과하면 끝이다. 근데 내 그림이 거기 없다.개인 작업은 체크리스트가 없다. 그냥 '이거 그리고 싶다'로 시작한다. 팬아트든 오리지널이든 커미션이든. 손이 기억하는 선이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눈매, 내가 편한 터치. 회사에서 못 쓰는 브러시 쓴다. 3시간 걸려도 상관없다. 이건 내 시간이니까. 근데 마감 전에는 못 그린다. 마감 2주 전의 죄책감 회사 마감이 다가오면 개인 작업이 멈춘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다. 야근하면 10시 11시. 집 와서 씻고 누우면 12시. 근데 그것보다 정신적으로 못 그린다. 회사 일이 머리에 차있다. "내일 수정 들어올 거야." "이 컨셉 괜찮을까." 손목은 풀렸는데 머리가 안 풀렸다. 트위터 켰다. 팔로워들 그림 올라온다. "오늘 낙서~" 하면서 완성도 높은 일러 올린다. 좋아요 눌렀다. 부럽다.마지막 개인 그림이 2주 전이다. 트위터에 "바쁘네요 ㅠㅠ" 올렸다. 팔로워들 응원해준다. "화이팅!" "기다려요!" 고맙다. 근데 죄책감이다. 커미션 밀렸다. 3개. 다 선금 받았다. 한 달 전에. "죄송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DM 보냈다. 3번째 사과다. 개인 작업 안 하니까 내가 녹슨다. 회사 일만 하면 손이 거기 맞춰진다. 정해진 스타일, 정해진 구도, 정해진 색감. 2년 후에 이직하면 포폴이 없다. 왜 못 버리나 그만두면 되지 않냐고? 개인 작업만 하면 되지 않냐고? 계산해봤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평균 건당 50만원. 한 달에 10건 받으면 500만원. 세전. 매달 안정적으로 10건? 불가능하다. 회사는 월급이 나온다. 5000만원 나눠서. 4대보험 된다. 퇴직금 쌓인다. 마감 끝나면 보너스 나온다. 그리고 솔직히 회사 일도 배우는 게 있다. 게임 캐릭터 워크플로우, 팀 작업 프로세스. 혼자서는 못 배운다. 근데 개인 작업 안 하면 내가 죽는다. 창작자로서 죽는다. 회사 일만 5년 하면 그냥 '작업자'가 된다. 트위터 팔로워 8000명. 내 그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커미션 들어온다. 여기서 기회가 온다. 이걸 놓으면 나중에 다시 못 만든다. 그래서 못 버린다. 회사도, 개인 작업도. 11시의 선택 마감 끝났다. 어제. 오늘은 정시 퇴근이다. 7시 10분. 집 와서 밥 먹고 8시. 3시간 있다. 자야 하는 시간까지. 씻고 내일 준비하면 2시간 반. 그림 그릴 수 있다. 타블렛 켰다. 밀린 커미션 파일 열었다. 러프 50% 완성되어 있다. 3주 전 나의 흔적. "미안 조금만 더 기다려..." DM 확인했다. 브러시 잡았다. 손목 풀렸다. 레이어 추가하고 선 따기 시작했다. 1시간 지났다. 70% 됐다. 눈 비볐다. 11시 30분. 내일 10시 출근이다. 8시간 자려면 지금 자야 한다. 근데 80%까지만 더 하면 내일 완성이다. 내일 회사에서? 불가능하다. 내일 저녁에? 회의 3개 잡혔다. 지금 아니면 또 1주일이다. 30분 더 그렸다. 12시 됐다. 저장하고 껐다. 85% 완성. 손목 아프다. 어깨 뻐근하다. 침대 누웠다. 천장 봤다. 죄책감 15% 줄었다. 내일 또 회사 간다. 결국 이게 내 일상이다. 회사에서 8시간, 집에서 3시간. 회사 일은 생계, 개인 작업은 정체성. 둘 다 필요하다. 둘 다 버릴 수 없다. 언젠간 선택해야 할 것 같다. 프리랜서 갈까, 회사 계속 다닐까. 근데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둘 다 한다. 퇴근 후 3시간이 내 진짜 일이다. 손목 테이핑 다시 해야겠다. 내일 약국 가자.12시 20분. 내일 또 10시 출근이다. 근데 오늘 85% 채웠다. 나쁘지 않다.
- 03 Dec, 2025
여기 터치감이 좋네: PSD 분석이 취미인 원화가의 밤
밤 11시, 파일 하나 열었다 퇴근하고 샤워했다. 밥 먹고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손이 먼저 움직인다. 타블렛 켰다. 오늘도 트위터에서 저장한 그림이 있다. 중국 작가, 팔로워 50만. 캐릭터 일러스트 하나 올렸는데 좋아요 8만. 구도도 좋고 색감도 좋고 터치도 좋다. "PSD 공유합니다" 댓글 봤다. 패트리온 링크. 5달러. 결제했다.파일 용량 2.3GB. 다운로드 5분 걸렸다. 포토샵 켰다. 레이어 펼쳤다. 레이어 187개. "미쳤네." 이게 시작이다. 밤 12시까지 본다는 게 새벽 3시 된다. 매번 그렇다. 레이어 이름부터 본다 PSD 뜯어보는 건 습관이 됐다. 5년 전부터. 신입 때 선배가 알려줬다. "그림 잘 그리고 싶으면 잘 그린 사람 파일 봐라." 처음엔 뭐가 뭔지 몰랐다. 레이어가 100개 넘으면 어지러웠다. 이름도 "레이어 1", "레이어 2" 이런 거. 정리 안 된 파일은 쓰레기통. 그런데 정리된 파일은 다르다. 폴더 구조가 보인다. "러프 - 선화 - 채색 - 효과". 각 폴더 안에 또 세분화. "피부 베이스", "피부 그림자 1", "피부 그림자 2", "피부 하이라이트". 이름만 봐도 작업 순서가 보인다.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끝났는지. 어떤 레이어를 몇 번 수정했는지. 오늘 받은 파일도 그랬다. 폴더명이 영어와 중국어 섞여 있다. "base_color", "shadow_阴影", "light_01". 레이어 하나하나 껐다 켰다 반복한다. 이 레이어가 어떤 역할인지 확인한다. "아, 여기서 색 보정했네." "이 레이어는 곱하기 모드구나." "하이라이트를 따로 레이어로 뺐네."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한 시간 지났다. 브러시 설정을 따라 그린다 레이어 구조 파악했으면 다음은 브러시다. PSD 파일에는 브러시 정보가 남는다. 어떤 브러시로 그렸는지, 불투명도는 몇인지, 유량은 몇인지. 전부 다 보인다. 처음 알았을 때 충격이었다. "진짜 다 보이네?" 요즘은 브러시 따라 그리기가 취미다. 마음에 드는 레이어 선택한다. 스포이드로 색 찍는다. 브러시 설정 확인한다. 크기 200px, 불투명도 80%, 유량 100%, 브러시는 기본 하드 브러시에 텍스처 추가. 새 파일 연다. 똑같이 설정한다. 그린다. "어? 이거 이 느낌 맞는데?" 똑같진 않다. 당연하다. 손맛이 다르니까. 그런데 비슷해진다. 터치의 강약, 선의 굵기, 색이 번지는 느낌. 따라 그리면 느껴진다.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 세 번 그린다. 다섯 번 그린다. 손에 익힌다. 어떤 파일은 10번도 넘게 본다. 같은 파일을 일주일 내내 본 적도 있다. 출근 전 30분, 퇴근 후 2시간. 계속 뜯어보고 따라 그렸다. 회사 동료가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해?" 대답 못 했다. 그냥 재밌다. 중독이다.5번 이상 확인하는 이유 같은 파일을 여러 번 본다. 5번은 기본이다. 10번도 넘게 본다. 첫 번째: 전체 구조 파악. 큰 그림 본다. 두 번째: 채색 방식 확인. 어떤 순서로 색 쌓았는지. 세 번째: 디테일 체크. 작은 터치 하나하나. 네 번째: 효과 레이어 분석. 보정, 오버레이, 곱하기. 다섯 번째: 실수한 부분 찾기. 프로도 실수한다. 볼 때마다 새로운 게 보인다. 처음엔 몰랐던 게 두 번째에 보인다. 세 번째엔 "아, 이래서 이렇게 한 거구나" 깨닫는다. 어떤 파일은 작가의 습관이 보인다. 선화 레이어를 여러 개 나눈다. 얼굴, 머리카락, 옷, 소품. 따로 그려서 나중에 수정하기 쉽게. 그림자를 3단계로 나눈다. 어두운 그림자, 중간 그림자, 엷은 그림자. 입체감이 다르다. 하이라이트를 마지막에 넣는다. 한 레이어에 몰아서. 반짝임의 위치를 계산한 느낌. "이 사람은 이렇게 그리는구나." 스타일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보인다. 습관이 쌓여서 스타일이 된다. 나도 그렇게 만들고 싶다. 회사에서는 못 한다. 회사 작업은 기획 스펙 맞춰야 한다. 아트 디렉터 피드백 받아야 한다. 내 스타일 넣을 틈이 없다. 그래서 밤에 한다. 퇴근하고 PSD 뜯어본다. 내 스타일 만드는 시간이다. 따라 그리면 보이는 것들 PSD 분석만 하면 안 된다. 직접 그려야 한다. 새 파일 만든다. 레퍼런스 파일 옆에 띄운다. 똑같이 그린다. 러프부터 시작한다. 구도 잡는다. 선 긋는다. 지운다. 다시 긋는다. 선화 넘어간다. 깔끔하게 정리한다. 레이어 나눈다. 얼굴, 머리, 옷. 채색 들어간다. 베이스 색 깐다. 그림자 넣는다. 하이라이트 넣는다. 이 과정에서 깨닫는다. "아, 이 각도는 어렵네." "이 색 조합은 이래서 좋구나." "이 터치는 이렇게 해야 자연스럽네." 보기만 할 때는 몰랐다. 그려보니까 안다. 왜 이렇게 했는지. 왜 이게 더 나은지. 실패도 많다. 따라 그렸는데 이상하다. 뭔가 다르다. 레퍼런스는 멋진데 내 그림은 어색하다. 다시 PSD 본다. 뭘 놓쳤는지 찾는다. "아, 이 레이어를 빼먹었네." "이 색이 좀 더 탁했구나." "선 굵기가 달랐네." 고친다. 다시 그린다. 조금 나아진다. 이걸 반복한다. 5번, 10번. 어느 순간 손에 익는다. 회사 작업할 때 자연스럽게 나온다. "어? 내가 이런 터치도 되네?" 놀란다. PSD 분석하고 따라 그린 게 몸에 밴 거다. 팀장이 말했다. "요즘 터치가 좋아졌어." 기분 좋았다. 밤새 PSD 뜯어본 보람이다. 중독된 순간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른다. 어느 순간 중독돼 있었다. 퇴근하면 자동으로 컴퓨터 켠다. 트위터 확인한다. 오늘 올라온 그림 본다. 마음에 드는 거 저장한다. 패트리온 확인한다. 구독 중인 작가 12명. 한 달에 60달러 쓴다. 8만원쯤. 비싸다. 그런데 끊을 생각 없다. 새 PSD 올라오면 알림 온다. 바로 다운로드한다. 바로 열어본다. 밤 11시여도 일단 본다. "10분만 볼까." 새벽 2시다. "이것만 보고 자야지." 새벽 4시다. 다음 날 출근한다. 피곤하다. 커피 세 잔 마신다. 오전은 좀비처럼 보낸다. 그래도 후회 안 한다. 어젯밤에 본 PSD가 머릿속에 남아 있다. 오늘 작업할 때 써먹는다. 팀원이 물었다. "이 터치 어떻게 한 거예요?" "어제 본 파일에서 봤어. 이렇게 하더라." 공유한다. 같이 본다. 팀 전체가 늘는다. 회사 일만 하면 성장이 더디다. 정해진 스타일만 그린다. 새로운 시도는 거부당한다. "이건 우리 게임 무드랑 안 맞아." 그래서 밤에 공부한다. 내 시간에 투자한다. PSD 분석이 자기계발이다. 친구가 말했다. "너 일 끝나고도 일하네." 아니다. 이건 일이 아니다. 놀이다. 게임하듯이 PSD 뜯어본다. 공략집 보듯이 레이어 분석한다. 재밌다. 중독됐다. 끊고 싶지 않다. 손맛을 훔친다는 것 PSD 분석의 본질은 '손맛 훔치기'다. 그림에는 손맛이 있다. 같은 브러시, 같은 색이어도 그린 사람마다 다르다. 선의 흐름, 터치의 강약, 색이 쌓이는 느낌. 이게 '그림체'다. '스타일'이다. 프로들은 자기 손맛이 있다. 몇 년, 몇십 년 쌓인 습관이다. 이걸 PSD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어떤 작가는 선을 한 번에 긋는다. 레이어 기록 보면 딱 한 획. 깔끔하다. 자신감이 느껴진다. 어떤 작가는 선을 여러 번 겹친다. 얇은 선을 3~4번 그어서 만든다. 조심스럽다. 섬세하다. 어떤 작가는 색을 막 쌓는다. 레이어 100개 넘는다. 빨강 위에 파랑, 파랑 위에 노랑. 복잡하다. 그런데 결과물은 깔끔하다. 어떤 작가는 색을 최소한으로 쓴다. 레이어 20개. 베이스, 그림자, 하이라이트. 끝. 간결하다. 효율적이다. 정답은 없다. 다 다르다. 그게 좋다. 나는 여러 스타일을 흡수한다. 이 작가의 선화 방식, 저 작가의 채색 방식, 또 다른 작가의 마무리 방식. 섞는다. 조합한다. 그러다 보면 내 손맛이 만들어진다. 남의 걸 배우다가 어느 순간 내 것이 된다. 회사 후배가 물었다. "선배님 그림체는 어떻게 만드셨어요?" "PSD 100개쯤 뜯어봤어." 진심이다. 훔친 손맛들이 모여서 내 손맛이 됐다. 새벽 3시의 깨달음 새벽 3시. 아직도 PSD 보고 있다. 오늘 분석한 파일은 일본 작가. 소녀 캐릭터 일러스트. 파스텔 톤. 부드러운 느낌. 레이어 150개. 4시간째 보는 중이다. 피부 채색 방식이 독특하다. 베이스 색을 깔고 그 위에 에어브러시로 그라데이션. 그 위에 하드 브러시로 텍스처. 그 위에 오버레이 레이어로 색 보정. 4단계다. 복잡하다. 그런데 이래서 피부가 이렇게 투명하게 보이는구나. 따라 그려본다. 새 파일 만든다. 똑같이 한다. "오." 된다. 비슷하다. 완전히 같진 않아도 느낌은 온다. 저장한다. 내일 회사 작업에 써먹어야지. 시계 본다. 새벽 3시 반. "내일 10시 출근인데." 5시간 반 남았다. 자야 한다. 알면서도 못 끈다. "이것만 보고." 항상 그렇다. '이것만'은 없다. 하나 보면 연결된 게 보인다. 이 작가 다른 작품도 보고 싶다. 비슷한 스타일 작가도 찾아본다. 패트리온 뒤진다. 픽시브 검색한다. 아트스테이션 넘긴다. 새벽 4시. "진짜 자야 하는데." 레이어 하나 더 분석한다. 브러시 하나 더 테스트한다. 색 조합 하나 더 메모한다. 새벽 5시. 포기하고 눈 감는다. 침대로 간다. 누웠다. 머릿속에 레이어가 보인다. "러프 - 선화 - 채색 - 효과" 폴더 구조가 떠오른다. 잠든다. 꿈에서도 그림 그린다. 이게 취미다 사람들은 퇴근하고 넷플릭스 본다. 유튜브 본다. 게임한다. 술 마신다. 나는 PSD 뜯어본다. 여자친구가 물었다. "그거 재밌어?" "응. 재밌어." "뭐가?" 설명 못 한다. 그냥 재밌다. 보물찾기 같다. 좋은 PSD 찾으면 기분 좋다. 잘 정리된 레이어 구조 보면 감탄한다. 신박한 기법 발견하면 흥분한다. "이렇게 하면 이런 효과가 나오네!" 혼자 소리 지른다. 밤 12시인데 시끄럽다. 옆집에서 벽 두드린다. 조용히 한다. 그래도 들뜬 건 어쩔 수 없다. 친구들은 이해 못 한다. "그림 그리는 것도 일인데 퇴근하고 또 그려?" 다르다. 회사에서 그리는 건 일이다. 스펙 맞춰야 한다. 수정 요청 들어온다. 스트레스다. 집에서 그리는 건 놀이다. 내가 하고 싶은 거 한다. 배우고 싶은 거 배운다. 자유다. PSD 분석은 놀이터다. 마음껏 뛰어논다. 회사에서 써먹는다 밤에 배운 건 낮에 써먹는다. 오늘 회의. 신규 캐릭터 컨셉 작업. 아트 디렉터가 말한다. "좀 더 몽환적인 느낌으로. 근데 너무 흐리지 않게." 애매하다. 이런 피드백 항상 온다. 예전 같으면 막막했다. 지금은 안다. 어젯밤에 본 PSD. 일본 작가 파일. 파스텔 톤에 선명한 선화. 에어브러시로 분위기 만들고 하드 브러시로 디테일. "이렇게 해볼게요." 그린다. 베이스는 부드럽게. 디테일은 선명하게. 레이어 나눠서 조절 쉽게. 2시간 만에 완성. 보여준다. "오, 이거네. 이 느낌." 통과. 옆자리 후배가 물어본다. "어떻게 한 거예요?" "PSD 분석했어. 이 작가 파일 봐." 공유한다. 같이 본다. 후배도 배운다. 팀 전체 실력이 오른다. 내가 밤에 공부한 게 회사에 도움 된다. 뿌듯하다. 팀장이 말한다. "요즘 우리 팀 퀄리티 좋아졌어." 당연하다. 나 혼자 아니다. 다들 밤에 공부한다. PSD 돌려본다. 레퍼런스 공유한다. 회사는 학교다. 배우는 곳이다. 월급 받으면서 배운다. 좋은 시스템이다. 그런데 회사에서만 배우면 부족하다. 회사 스타일에 갇힌다. 시야가 좁아진다. 그래서 밤에 PSD 뜯어본다. 세계 각국 작가들 본다. 일본, 중국, 한국, 미국, 유럽. 다양한 스타일 흡수한다. 시야가 넓어진다. 선택지가 늘어난다. 더 좋은 그림 그린다. 질문 받는다 트위터에 가끔 그림 올린다. 팔로워 8000명. 팬아트 위주. 댓글 온다. "터치가 좋아요", "어떻게 그리세요?" DM 온다. "브러시 설정 알려주실 수 있나요?" 답한다. "PSD 분석 많이 했어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설명한다. 좋은 작가 패트리온 구독하고, PSD 받아서, 레이어 하나하나 뜯어보고, 따라 그려보고. "아,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신기해한다. 다들 몰랐다는 듯이. 요즘 사람들은 유튜브 강의만 본다. 나쁘지 않다. 그런데 부족하다. 강의는 정제됐다. 과정이 생략됐다. PSD는 날것이다. 실수도 보인다. 시행착오도 보인다. 지운 레이어, 숨긴 레이어, 병합한 레이어. 다 보인다. 그게 배움이다. 완성본만 보면 모른다. 과정을 봐야 안다. 누가 물었다. "PSD 어디서 구해요?" "패트리온, 판타지아, 부스. 유료가 좋아요." "돈 내야 해요?" "당연하죠. 작가한테 가는 거고, 퀄리티 보장되고." 무료도 있다. 그런데 정리 안 된 게 많다. 시간 낭비다. 5달러, 10달러 아끼려다 몇 시간 날린다. 차라리 돈 내고 좋은 파일 받는다. 효율적이다. 한 달에 60달러 쓴다. 8만원. 비싸다. 그런데 책 사는 거랑 같다. 투자다. 한계도 있다 PSD 분석이 만능은 아니다. 볼 수 있는 건 '결과'다. '과정'은 상상해야 한다. 어떤 순서로 그렸는지 추측한다.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했는지 짐작한다. 틀릴 수도 있다. 내가 이해한 게 작가 의도랑 다를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내 방식으로 해석한다. 내 스타일로 흡수한다. 또 다른 한계. 손맛은 못 훔친다. 브러시 설정 똑같이 해도 느낌이 다르다. 선 긋는 속도, 힘 조절, 리듬감. 이건 못 본다. 그래서 따라 그린다. 직접 그려본다. 몸으로 익힌다. 시간 걸린다. 한 번으로 안 된다. 열 번, 스무 번 반복한다. 지루하다. 답답하다. "왜 안 되지?" 짜증 난다. 그래도 한다. 계속 한다. 어느 순간 된다. "어? 이 느낌?" 손에 익은 거다. 몸이 기억한 거다. 그때부터는 자연스럽다. 생각 안 해도 나온다. 자동으로 그려진다. 이게 '체득'이다. PSD 분석의 끝이다. 밤은 내 시간이다 낮은 회사 시간이다. 회사 일 한다. 월급 받는다. 밤은 내 시간이다. 내 공부 한다. 성장한다. 퇴근하고 씻는다. 밥 먹는다. 침대에 앉는다. 타블렛 켠다. "오늘은 뭘 볼까." 패트리온 확인한다. 새 파일 올라왔다. 다운로드한다. 포토샵 연다. 레이어 펼친다. "시작." 밤 11시. 새벽 3시까지 4시간. 내 공부 시간이다. 집중한다. 몰입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여자친구 전화 온다. "자러 안 와?" "조금만." 끊는다. 계속 본다. 미안하다. 그런데 이게 나다.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림 그리는 게 직업이다. 평생 할 거다. 늘지 않으면 도태된다. AI 나왔다. 무섭다. 내 자리 뺏길까 봐. 그래서 더 열심히 한다. PSD 분석한다. 프로들 손맛 배운다. 내 무기 만든다. AI가 못 하는 거 한다. 손맛, 감성, 스타일. 사람만 할 수 있는 거. 그래서 밤에 공부한다. 내 시간에 투자한다. 끝 새벽 3시. 눈 감긴다. 피곤하다. 레이어 187개 다 봤다. 브러시 10개 따라 그렸다. 메모 20줄 작성했다. 내일 회사에서 써먹어야지. 파일 닫는다. 컴퓨터 끈다. 침대에 눕는다. 머릿속에 레이어가 보인다. "피부 베이스 - 피부 그림자 - 피부 하이라이트". 웃음 나온다. "나 진짜 중독됐네." 후회 없다. 이게 내 길이다. 잠든다. 내일 또 PSD 뜯어볼 생각에 벌써 기대된다.[THUMBNAIL: anime style illustration, Korean male concept artist analyzing PSD file on glowing tablet screen late at night, multiple layer panels visible, warm cozy bedroom ligh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