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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이 아픈데 병원 갈 시간이 없다는 게 직업병

손목이 아픈데 병원 갈 시간이 없다는 게 직업병

새벽 3시에 깨는 이유 또 깼다. 새벽 3시. 손목이 욱신거려서 눈이 떠졌다. 오른손을 주물러본다. 뭔가 뻐근하다. 아니, 뻐근한 정도가 아니다. 찌릿찌릿하다. 베개 밑에 파스가 있다. 요즘 매일 붙이고 잔다. 침대 옆 서랍에는 손목 보호대. 타블렛 칠 때 끼는 용인데, 자다가도 아프면 낀다. 시계를 본다. 3시 17분. 4시간 뒤면 출근이다. 다시 자야 하는데 손목 때문에 잠이 안 온다. 핸드폰을 왼손으로 든다. 오른손은 쓰기 싫어서. 트위터를 켠다. 같은 업계 사람들 트윗이 보인다. "손목 아픈 사람 손🙋" 리트윗 230개. 혼자가 아니구나. 근데 그게 위로가 되나.타블렛 든 손의 지문 굳은살을 세어본 적 있나. 내 오른손 검지와 중지 첫 마디. 펜을 쥐는 자리에 굳은살이 박혔다. 처음엔 물집이었다. 신입 때. 하루 12시간씩 그리다 보니 생겼다. 이제는 굳은살이 정체성이다. 손톱도 짧다. 타블렛 칠 때 걸리적거려서 매주 깎는다. 여자친구가 그랬다. "손이 너무 남자같아." 미안하다. 그림쟁이 손이 원래 이렇다. 손목은 더 심각하다. 손목터널증후군. 병원 갔을 때 들은 진단명이다. 정확히는 "수근관증후군 의심". 의심이래. 확정은 아니래. "정밀 검사 받으셔야 해요." "MRI 찍어보시죠." 비용을 물었다. 30만원. 검사만. 그날 병원 안 갔다. 회사 복귀했다.병원 예약은 3주 뒤 병원 갈 시간이 없다. 이게 말이 되나. 손목이 아픈데 병원을 못 간다. 직장인이면 다 아는 얘기다. 특히 게임 회사. 정형외과 진료 시간.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우리 회사 근무시간이랑 똑같다. 점심시간에 갈까. 1시간. 회사에서 병원까지 20분. 대기 30분. 진료 10분. 왔다갔다 하면 끝이다. 근데 점심시간에 자리 비우면 눈치 보인다. "어디 갔어요?" 물어본다. "병원이요" 하면 "아파요? 많이?" 이렇게 된다. 그럼 팀장이 걱정한다. "쉬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다. 쉬면 일이 밀린다. 밀리면 다른 사람한테 피해다. 그래서 안 간다. 반차를 쓸까. 근데 이번 주는 마일스톤이다. 다음 주는 빌드다. 그다음 주는 CBT다. 언제 가지. 예약했다. 3주 뒤 토요일. 토요일 진료하는 정형외과를 찾았다. 집에서 1시간 거리. 그것도 오전만 한다. 3주를 더 버텨야 한다. 파스와 진통제의 일상 책상 서랍을 열면 파스가 보인다. 제일 위에 있다. 펜 옆에. 메모지 위에. 손 뻗으면 바로 닿는 곳. 아침에 붙이고 출근한다. 회사 화장실에서 한 번 더 붙인다. 퇴근 전에 또 붙인다. 파스 냄새가 난다. 옆자리 동료가 안다. "형 또 붙였어요?" 웃으면서 말한다. 근데 웃는 게 아니다. 걱정이다. 그 동료도 손목 아프다. 모델러인데 마우스를 하루 종일 쓴다. 우리 팀 절반이 손목 아프다. 진통제도 먹는다. 이부프로펜. 약국에서 산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거. 하루 3알까지 먹을 수 있대. 나는 하루 2알 먹는다. 점심 먹고 1알. 저녁 먹고 1알. 그러면 하루가 버텨진다. 근데 요즘은 3알 먹는 날이 많다. 새벽에 아파서 깨면 1알 더 먹는다. 의사가 알면 뭐라고 할까. "왜 병원 안 와요?" 할 것 같다. 시간이 없어서요.마감 앞에서 몸은 사치다 팀장이 말했다. "다들 몸 관리 잘하세요." 회의 끝나고 하는 말. 립서비스다. 진짜 쉬라는 게 아니다. 아프지 말라는 거다. 아프면 일정이 밀린다. 일정이 밀리면 팀 전체가 밀린다. 그러면 문제다. 그래서 아파도 출근한다. 감기 걸려도 출근한다. 열 나도 출근한다. 손목 아파도 출근한다. 쉬는 건 입원할 때다. 진짜 입원. 링거 맞을 정도. 그 정도 아니면 출근이다. 신입 때 선배가 그랬다. "게임 회사에서 몸은 사치야." 당시엔 농담인 줄 알았다. 이제 안다. 농담이 아니다. 마감 2주 전. 손목이 찢어질 것 같았다. 펜을 쥘 수가 없었다. 마우스도 아팠다. 그날 야근했다. 11시까지. 왼손으로 그렸다. 오른손은 못 쓰겠어서. 왼손은 서툴다. 시간이 2배 걸렸다. 그래도 해냈다. 캐릭터 3개 러프. 다음 날 리뷰 통과했다. 뿌듯했나. 아니다. 후회했다. 왜 이렇게까지 하나. 병원비보다 비싼 결근 병원비가 아깝지 않다. MRI 30만원. 비싸다. 근데 낼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일주일 쉬어야 해요." "물리치료 주 3회, 한 달." 이게 문제다. 일주일 쉬면 프로젝트가 멈춘다. 내가 맡은 캐릭터가 멈춘다. 그러면 다른 팀이 기다린다. 연차는 있다. 15일. 근데 쓸 수가 없다. 쓰면 눈치다. "왜 이 타이밍에?" 이렇게 된다. 사실 회사는 쉬라고 한다. "아프면 쉬세요." 겉으로는. 근데 분위기가 있다. 암묵적인. 아픈 사람은 약한 사람이다. 프로 정신이 부족하다. 열정이 없다. 이런 게 있다. 말 안 해도 느껴진다. 그래서 쉬지 않는다. 물리치료는 포기했다. 주 3회. 불가능하다. 평일 낮에 병원 갈 시간이 어딨나. 집에서 스트레칭한다. 유튜브 보면서. "손목 터널 증후군 자가 치료". 조회수 80만. 댓글을 본다. 다 나 같은 사람들이다. "저도 개발자인데 똑같아요" "디자이너 5년차 공감합니다" "병원 갈 시간이 없어요ㅠㅠ" 우리는 왜 이렇게 사나. 아프다는 말을 못하는 이유 어제 여자친구를 만났다. 손을 잡았다. 오른손. 아팠다. 표정이 굳었나보다. "왜? 아파?" 아니라고 했다. 괜찮다고. 거짓말이다. 아프다. 근데 말하면 걱정한다. 걱정하면 "병원 가" 이렇게 된다. 그럼 나는 "응" 하고 안 간다. 이런 대화 반복하기 싫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팀장한테 말하면 어떻게 될까. "손목 아파서 일 못 하겠습니다." "그래요? 병원 다녀오세요." 다녀오면 끝인가. 아니다. "괜찮아요? 일 할 수 있어요?" 이게 진짜 질문이다. 할 수 있냐 없냐. 할 수 없다고 하면. 일이 재분배된다. 다른 사람한테 간다. 그 사람은 야근한다. 나 때문에. 미안해진다. 그래서 "괜찮습니다" 한다. 괜찮지 않은데. 아픈 게 죄다. 이 업계에서는. 5년차의 몸 신입 때는 몰랐다. 하루 12시간 앉아서 그려도 괜찮았다. 주말에 개인 작업 8시간 해도 멀쩡했다. 손목이 조금 뻐근하면 스트레칭하면 됐다. 목 아프면 기지개 켜면 됐다. 지금은 다르다. 의자에서 일어날 때 허리가 아프다. 고개 돌릴 때 목이 뻐근하다. 눈이 침침하다. 29살. 벌써 이렇다. 동기들도 비슷하다. 한 명은 허리디스크로 수술했다. 6개월 전. 수술하고 3주 만에 복귀했다. "더 쉬라"고 했는데 안 쉬었다. 프로젝트 런칭 직전이었다. 한 명은 안구건조증 심해서 인공눈물 산다. 하루에 10번 넣는다. 모니터 보면 눈이 따갑대. 한 명은 불면증이다. 잠이 안 온다고. 새벽 4시에 자고 10시에 출근한다. 주말에 몰아서 잔다. 우리는 5년차다. 앞으로 20년 더 일해야 한다. 이 몸으로 가능할까. 프리랜서의 유혹 요즘 생각한다. 프리랜서 하면 어떨까. 시간 자유롭다. 손목 아프면 쉴 수 있다. 병원 갈 수 있다. 근데 수입이 불안정하다. 일감이 있을 때만 번다. 4대보험 없다. 퇴직금 없다. 회사는 안정적이다. 매달 월급 들어온다. 연차 있다. 건강검진 지원한다. 근데 내 몸은 불안정하다. 뭐가 우선일까. 트위터에서 프리랜서 작가들 본다. 커미션 받는다. 월 500만원 번다는 사람도 있다. 부럽다. 근데 그들도 아플 것이다. 마감은 있으니까. 손목도 아플 것이다. 타블렛 쓰니까. 차이는 병원 갈 시간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크다. AI가 가져올 미래 최근 AI 그림 본다. Midjourney. Stable Diffusion. 몇 초 만에 완성도 높은 그림 나온다. 무섭다. 우리 일이 없어질까. 그것보다 무서운 건. 손목 아파서 못 그리게 됐을 때. AI가 나를 대체할 것이다. 신입은 AI 쓴다. "이거 참고해서 그려주세요" 하면 러프 만들어준다. 편하다. 나도 쓴다. 레퍼런스 만들 때. 시간 절약된다. 근데 동시에 생각한다. 내 가치는 뭔가. 손목 아픈 채로 그리는 나. AI 버튼만 누르면 되는 신입. 누가 더 효율적인가. 무섭다. 내일도 출근한다 새벽 4시. 아직도 안 잤다. 손목 때문에. 파스 다시 붙였다. 진통제 먹었다. 손목 보호대 찼다. 이제 좀 나은 것 같다. 아니, 익숙해진 것 같다. 6시간 뒤 출근이다. 타블렛 켤 것이다. 펜 들 것이다. 손목 아픈 채로 그릴 것이다. 마감까지 2주. 버틸 수 있나. 버텨야 한다. 3주 뒤 토요일. 병원 예약 있다. 그때까지만. 그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그 다음은. 또 버티겠지.손목이 아프다. 근데 그릴 수 있다. 그러면 출근한다. 이게 게임쟁이 삶이다.

레퍼 더 주세요: 게임 원화가의 아침은 레퍼 수집으로 시작된다

레퍼 더 주세요: 게임 원화가의 아침은 레퍼 수집으로 시작된다

레퍼 더 주세요: 게임 원화가의 아침은 레퍼 수집으로 시작된다 출근했다. 9시 50분이다. 10시까진 10분 남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사무실 자리 앞에 앉은 지 2분 만에 나는 이미 폴더를 열고 있었다. 기획서 아니다. 레퍼런스다. 어제 밤 11시에 정리하던 폴더. 아침에 또 확인한다. '이거면 되겠지?' 아니다. 절대 안 된다. 이 폴더는 너무 따뜻하다. 오늘 그릴 캐릭터는 냉정해야 한다. 검색 창에 입력했다."mage character design dark fantasy concept art"또 검색했다."female warrior armor reference asian"또."blue hair anime girl portrait lighting study"이 과정이 시작되면 끝이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손을 놓을 수 없다. 좋은 레퍼가 없으면 이 손가락들은 태블렛 펜을 들 이유를 잃는다.레퍼가 답이다 게임 원화가의 일은 사실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레퍼 : 스케치 = 1 : 1 레퍼가 좋으면 스케치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 레퍼가 형편하면 뭘 그려도 불안하다. 선이 떨린다. 마음이 떨린다. "왜 안 되지?" 이건 실력 부족 때문 아니다. 레퍼 부족 때문이다. 어제 팀장이 넘겨줬던 기획서를 봤다. '동양 판타지 여전사' 정도의 설명이 전부다. 여전사는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우아한 여전사일 수도 있고, 거친 여전사일 수도 있고, 섹시한 여전사일 수도 있다. (여기서 멈춘다. 그 얘기는 따로 한다.) 그래서 레퍼다. 내가 찾는 건 이미지 하나가 아니라 톤(tone)이다. 아트스테이션에서 한 아티스트의 포트폴리오를 한참 봤다. 드로우 스타일, 컬러 감각, 실루엣. 이 세트가 맞으면 체크한다. 클립 스튜디오에 갖다 붙인다. 요즘은 아이패드에서 사진도 찍어서 넣는다. 손 각도. 옷 주름. 금속 반사. "아, 이것만 봐도 터치감이 다르네." 입버릇이 됐다.월요일은 레퍼 전쟁이다 월요일 아침은 특히 심하다. 주말에 새로 올라온 레퍼들 때문이다. 아트스테이션은 주말도 잠들지 않는다. 픽시브도. 심지어 디스코드 서버들도. 게임 원화가 커뮤니티는 24시간 작동 중이다. 근데 다 찾아야 한다. 왜냐면 주말에 올라온 건 다음 주 내 누군가의 영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쟁상태가 된다. 아트 감각은 누가 더 빨리 좋은 이미지를 발견하느냐와도 연관이 있다. "어? 이거 우리 팀에만 아는 톤인데?" 이 느낌이 중요하다. 월요일 9시 57분. 나는 여전히 레퍼를 본다. 옆자리 준호도 한다. 그 옆 수경이도. 모두가 같은 것을 하고 있다. 입을 다물고 모니터만 본다. "레퍼 머리 각도 좋네." "근데 옷은 우리 톤 아니다." "손 자세 참고할만 하네." 이게 월요일 아침 대화다. 10시 정각. 팀장이 들어온다. 우리는 재빨리 하던 폴더를 닫는다. 아직 할 것 다 못 했지만. 레퍼는 영원히 부족하다. 이 경험을 5년 해봤는데, 한 번도 "아, 이제 레퍼 충분하다"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레퍼 없이는 살 수 없는 몸 커미션을 받을 때도 첫 번째 질문은 같다. "레퍼 따로 주실 수 있을까요?" 선을 긋기 전에 레퍼를 본다. 머리 비율을 확인하고, 눈 거리를 확인하고, 손가락 길이를 확인한다. 이건 관습 같은 것도 아니고, 단순히 작업 방식이다. 회사에서 5년. 프리랜서로 1년. 합쳐서 6년을 이렇게 살았다. 좋은 레퍼를 찾는 그 경험은 배우는 것 같기도 하고, 도둑질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창작자의 의무인 것 같기도 하다. 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어제 여자친구가 물었다. "너 그림 그릴 때 왜 자료 사진을 그렇게 오래 봐?" "눈이 손을 이끌어야 하니까." 그렇게 대답했다. 이게 가장 정직한 답이다. 손만 움직이는 건 절대 된다. 눈이 먼저 무언가를 봐야 한다. 손가락이 따라온다. 레퍼가 눈에 들어와야 손이 그린다. 이게 그림 그리는 순서다. AI 그림이 무섭긴 한데, 결국 이 부분 때문이다. 레퍼를 수집하고, 정렬하고, 조합하는 능력. 하지만 손으로 정말로 그려낼 수 있는가는 다르다. 여기가 우리와 그것의 차이점이다. (아직은 그렇다고 믿고 싶다.) [IMAGE_4] 레퍼 폴더는 자산이다 폴더 구조를 잠깐 공개하자면:기본: 얼굴 각도, 손 자세, 발 비율, 옷 주름 캐릭터 타입별: 전사, 마법사, 도둑, 성직자, 몬스터, 동물, 로봇 컬러 레퍼: 차가운 톤, 따뜻한 톤, 금속, 천, 가죽, 마법 이펙트 감정별: 중립, 화남, 슬픔, 기쁨, 충격 문화별: 동양, 서양, 판타지, 현대, 사이버펑크 피나레스: 한 달에 한 번 스크린샷 모아둔 최고의 레퍼들마지막 폴더가 제일 중요하다. 이건 팔 수도 있다. 다른 회사 신입 원화가가 물어본 적 있다. "선배, 피나레스 폴더 사줄 수 있어요?" 못 줬다. 이건 내 자산이니까. 5년간 구글 이미지, 아트스테이션, 픽시브, 언스플래시, 인스타그램, 더 씽크탱크, 심지어 영화 스크린샷까지 수집한 결과물이다. 한 번 정렬하면 다시 정렬할 일은 없다. 계속 추가만 된다. 요즘 고민이 생겼다. 클라우드에 백업을 해야 할까? 이게 터지면 몇 주 작업이 날아간다. 그런데 클라우드에 올리면 느려진다. 외장 하드에 넣기도 했는데, 3개 차있어도 항상 부족하다. 누군가는 AI로 레퍼를 생성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AI 레퍼는 모두가 같은 톤이다. 우리가 찾는 건 다양성이고, 각 아티스트의 개성다. 그래서 수집은 계속된다. 지금도 한다. 밤 11시. 집에서 퇴근하고 와이파이 켠 후. 태블렛을 켠다. 아르트스테이션 핫 피크를 본다. 좋은 거 있나? 있으면 받아둔다. 또 저장했다. 폴더 하나가 12기가 가까워진다. [IMAGE_5] 언제까지 이럴까 팀장이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레퍼 보다가 시간 날리지 말고, 작업만 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말이다. 레퍼 없이 작업하면 손이 멈춘다. 손이 멈추면 시간이 더 많이 간다. 결국 같다. 아니, 레퍼를 잘 찾는 게 더 빠르다. 마감 1주일 전부턴 이 과정이 생략된다. 그냥 그린다. 레퍼를 찾을 시간이 없으니까. 하지만 질은 떨어진다. 버그가 늘어난다. 손가락이 어색하다. 눈 비율이 이상하다. "리비전 몇 차에요?" 기획팀이 묻는다. "5차입니다." 왜 이렇게 많이? 라는 눈빛. 그건 레퍼 부족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럼 핑계로 들린다. 그래서 입을 다물고 수정하고 또 수정한다. 내일 아침도 내가 할 일은 같다. 9시 50분 자리에 앉아서 폴더를 열 거다. 레퍼를 본다. 또 본다. 또 본다. 손이 움직일 때까지.레퍼가 답이다. 근데 언제까지 이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