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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시브와 아트스테이션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것 같은 이유

픽시브와 아트스테이션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것 같은 이유

아침 8시 루틴 눈 뜨면 핸드폰. 픽시브 알림부터 확인한다. 밤새 올라온 일본 작가들 그림. 한국 작가들 팬아트. 아트스테이션 Popular 섹션. 이게 5년째 루틴이다. 출근 준비하면서도 스크롤. 지하철에서도 스크롤. 회사 도착해서 컴퓨터 켜면 또 확인. 이상하게 안 보면 불안하다. 뭔가 놓칠 것 같아서. "오늘도 괴물들이 그림 올렸네." 혼잣말이 나온다.그때는 몰랐다 2019년. 신입 때. 선배가 알려줬다. "픽시브 매일 봐. 일본 작가들 퀄리티 장난 아니야." 그때만 해도 신기했다. 이렇게 잘 그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아트스테이션도 그때 처음. 해외 AAA급 아티스트들 작업물. 입이 안 다물어졌다. "나도 저렇게 그리고 싶다." 순수했다. 정말로. 매일 봤다. 레퍼런스 수집 명목으로. 좋아요 누르고 팔로우하고. PSD 파일 분석하고. 실력이 늘었다. 확실히. 눈이 높아지니까 손도 따라왔다. 1년 만에 팀장한테 칭찬받았다. "많이 늘었네?" 픽시브 덕분이었다. 아트스테이션 덕분이었다. 고마웠다.3년차부터 이상해졌다 어느 순간부터 보는 게 괴로웠다. 일본 작가 A. 나랑 동갑. 팔로워 50만. 화집 3권 냈다. 한국 작가 B. 나보다 어림. 넷플릭스 애니 메인 원화. 중국 작가 C. 미호요 소속. 내가 좋아하는 게임 만든다. "나는 뭐하고 있지?" 매일 보는데 자꾸 비교됐다. 픽시브 랭킹 들어간 적 없다. 아트스테이션 Popular 한 번도 못 올라갔다. 회사 일은 잘한다고 한다. 팀에서 에이스래. 근데 그게 뭔 의미야. 저 사람들은 전 세계가 보는데. 출근길 지하철. 픽시브 보다가 한숨 나온다. "왜 보는 거야. 또 우울해지는데." 손은 스크롤하고 있다.악순환의 시작 픽시브 보면 → 좌절 → 그래도 봐야지 → 또 좌절. 이게 매일이다.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그려?" "나는 왜 발전이 없지?" "5년 됐는데 이 정도면 재능 없는 거 아냐?" 회사에서 그린 캐릭터. 괜찮게 나왔다. 팀장이 좋다고 했다. 근데 퇴근하고 픽시브 보니까. 비슷한 컨셉 그림이 있다. 10배는 잘 그렸다. "아 씨." 기분이 바닥친다. 여자친구가 물어본다. "왜 그래?" "아니야. 그냥 피곤해." 말 못 한다. 이상하게 들릴까 봐. '다른 사람 그림 보고 우울해요' 이게 뭔 소린가. 근데 진짜 우울하다. 그래도 못 끊는다 일주일만 안 보자. 작심했다. 3일 버텼다. 회사에서 캐릭터 디자인 의뢰 들어왔다. "판타지풍 여전사. 레퍼런스 찾아봐." 핑계가 생겼다. 픽시브 켰다. "일이니까 어쩔 수 없지." 자기합리화다. 2시간 동안 레퍼런스 수집. 아니 사실 구경. 좋아요 100개 누른 거 같다. 북마크 30개. 정작 우리 프로젝트랑 맞는 건 5개. 시간 낭비인 거 안다. 근데 못 끊는다. 마약 같다. 진짜로. "이번엔 다르겠지. 영감 받겠지." 매번 똑같은 기대. 매번 똑같은 실망. 가끔 도움이 되긴 한다 솔직히 말하면. 실력은 늘었다. 5년 전 나랑 지금 나. 비교 안 된다. 픽시브에서 본 브러시 터치. 따라해봤다. 내 그림에 적용됐다. 아트스테이션에서 본 라이팅 기법. 연습했다. 회사 작업에 썼다. 팀장이 놀랐다. 일본 작가 트위터에서 본 작업 과정. GIF로 올라온 거. 분석했다. 내 워크플로우가 바뀌었다. "역시 고수들은 다르네." 배운다. 분명히. 그림 그릴 때 머릿속에 레퍼런스 수백 개가 있다. 다 거기서 본 거다.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다. 확실하다. 근데. 이게 전부가 아니란 게 문제다. 비교의 늪 실력은 늘었는데 자존감은 바닥이다. 이상한 일이지. 픽시브 랭킹. 1위부터 100위까지 다 본다. "나는 언제 저기 들어가나." 아트스테이션 Trending. 24시간 동안 올라온 그림들. "저 사람 작년에 신인이었는데. 벌써 저렇게 됐네." 숫자가 보인다. 좋아요 수. 팔로워 수. 조회수. 내 트위터. 팔로워 8000명. 적은 건 아니다. 근데 저 사람들은 10만. 50만. 100만. "차이가 뭐야." 그림 실력? 운? 마케팅? SNS 빨? 모르겠다. 근데 자꾸 비교된다. 회사 동기가 말했다. "너 그림 잘 그리잖아. 자신감 가져." 고맙다. 진심으로. 근데 픽시브 보면 그 자신감이 사라진다. "잘 그린다는 게 뭐야. 세상은 넓고 괴물은 많은데." AI 시대의 추가 타격 요즘 더 복잡해졌다. 픽시브에 AI 그림이 넘친다. NovelAI. Stable Diffusion. Midjourney. "10분 만에 이걸 뽑았대." 나는 10시간 걸린다. 아트스테이션도 마찬가지. AI 태그 논란 있었다. "우리 끝난 거 아냐?" 동기들이랑 술 마시면서 한 얘기. 다들 불안해한다. 그래도 픽시브는 본다. 아트스테이션도 본다. 이제는 AI 그림까지 레퍼런스 삼는다. "이 구도 괜찮네. 이 색감 참고해야지." 아이러니다. 내 일자리 위협하는 AI한테 배운다. 웃긴 건. 그래도 안 본 수가 없다. "안 보면 도태될 거 같아." 강박이다. 새벽 2시의 나 개인 작업 중이다. 커미션. 10만원짜리. 회사 일 끝나고 집 와서. 밥 먹고 샤워하고. 11시부터 시작. 3시간 그렸다. 러프 끝났다. "색 넣기 전에 레퍼런스 좀 볼까." 픽시브 켰다. 한 시간 지났다. 레퍼런스는 안 찾았다. 그냥 구경했다. 좋아요 눌렀다. 부러웠다. "아 시간 아깝다. 그림 그려야 하는데." 근데 못 끈다. 한 명 더. 이 작가 새 그림 올렸네. 포트폴리오 처음부터 다시 본다. 새벽 3시. "내일 출근인데." 여자친구한테 카톡 왔다. "자?" "아직. 작업 중." 거짓말 아니다. 작업은 하고 있다. 픽시브 보는 것도 작업이라면 작업이다. 아니다. 이건 도피다. 내 그림 그리기 무서워서. 비교당할까 봐. 못 그릴까 봐. 다른 사람 그림 보는 게 더 편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 5년 전 내 그림 봤다. 어제. 옛날 파일 정리하다가. "헐. 이게 내가 그린 거야?" 부끄러웠다. 솔직히. 비율도 이상하고. 채색도 어설프고. 구도도 뻔하고. 근데 그때는 최선이었다. 지금 나는 다르다. 확실히 늘었다. 누가 늘려줬나. 회사? 선배? 학원? 아니다. 픽시브였다. 아트스테이션이었다. 매일 봤으니까. 눈이 높아졌으니까. 따라하려고 했으니까.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다. 진짜로. 이건 사실이다. 근데 동시에. 없었으면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사실이다. 이중성 좋아한다. 픽시브. 아트스테이션. 싫어한다. 픽시브. 아트스테이션. 둘 다 진심이다. 고마워. 여기까지 오게 해줘서. 원망해. 나를 이렇게 만들어서. 모순이다. 맞다. 근데 이게 현실이다. 매일 아침 핸드폰 켠다. 픽시브 알림 확인한다. "오늘은 자극 안 받고 그냥 감상만 하자." 10분 뒤. "아 진짜. 나는 왜 이 모양이야." 매일 반복이다. 그래도 내일도 볼 거다. 끊을 수 없다. 끊고 싶지도 않다. 이상하게 들린다. 안다. 근데 이게 나다. 5년째 이렇게 산다. 앞으로도 이럴 거다. 결론이랄 것도 없다 픽시브와 아트스테이션.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다. 사실. 없었으면 더 평화로웠다. 그것도 사실. 답이 없다. 그냥 이렇게 사는 거다. 보고. 배우고. 좌절하고. 그래도 그리고. 내일도 출근한다. 출근길에 픽시브 본다. 또 괴물들 그림 올라와 있겠지. "하아." 한숨 나온다. 근데 뭐. 이게 내 일상이다.매일 보고 매일 흔들린다. 그래도 그린다. 이게 원화가다.

구로구 원룸 계약 시간은 출근길 최단거리 계산이었다

구로구 원룸 계약 시간은 출근길 최단거리 계산이었다

구로구 원룸 계약 시간은 출근길 최단거리 계산이었다 도보 7분의 함정 원룸 계약서에 도장 찍을 때 생각했다. "이거 완전 이득이네." 회사까지 도보 7분. 지하철 환승 없음. 버스 시간표 볼 필요 없음. 아침 9시 50분에 일어나도 출근 가능. 월세 65만원, 관리비 7만원. 구로구 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계산해봤다. 지하철 정기권 한 달 6만원. 왕복 2시간 절약. 한 달 40시간. 시급으로 환산하면... 뭐 어쨌든 이득이다. 부동산 아저씨가 "회사 다니세요?" 물었을 때 "바로 앞 건물이요" 했더니 웃으셨다. "젊은 친구들 다 그렇게 구해요. 근데 1년 뒤에 이사 간다니까."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출근길 7분의 변화 첫 달은 천국이었다. 9시 50분 기상. 10분 씻고 입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 회사 도착 9시 59분. 완벽한 시스템. 지하철 탈 때는 출근길에 웹툰 봤다. 음악 들었다. 멍 때렸다. 그게 하루 시작 준비 시간이었던 거다. 지금은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회사 건물이 보인다. 창문 열면 우리 회사 6층 불빛. 누가 야근하는지도 보인다. "아, 3팀 또 야근이네." 출근길 7분 동안 머릿속 정리 시간 없음. 마음의 준비 없음. 집 나서면 바로 업무 모드. 뇌가 적응 못 한다. 회사 근처 카페도 동료들 천지. GS25도 마주친다. "어? 벌써 퇴근?" "아뇨, 저녁 사러요." 이런 대화. 주말 편의점도 조심스럽다. 거리가 가까우니 "잠깐 회사 들를게" 가능해진다. 토요일 오후에 파일 수정하러 슬리퍼 신고 갔다. 일요일 저녁에 태블릿 가지러 갔다. 회사가 내 집 창고 같다.퇴근길 7분의 저주 진짜 문제는 퇴근 후다. 회사에서 7시 퇴근. 집 도착 7시 7분. 숨 돌릴 시간 없이 원룸 문 연다. 회사 스트레스가 그대로 따라온다. 예전엔 지하철 40분이 버퍼였다. 회사 일 생각하다가 음악 들으면서 정리되고. 집 도착하면 "아, 집이다" 전환됐다. 지금은 전환 없음. 팀장이 "이 부분 내일까지" 한 말이 귀에 맴돈다. 7분 걸으면서 사라질 리 없다. 집 들어와서도 "내일 뭐부터 해야 하지" 생각한다. 저녁 먹고 나면 "지금 회사 가면 작업 2시간 할 수 있는데" 계산한다. 실제로 간 적도 있다. 밤 10시에 슬리퍼 신고 회사 가서 1시까지 작업. 집 가서 씻고 자고. 아침 되면 또 7분. 회사랑 집이 분리 안 된다. 물리적 거리 7분. 심리적 거리 0분. 금요일 저녁에도 회사 불빛 보인다. "아, 저 자리 내 자리네." 주말인데 출근한 기분. 창문 커튼 치면 답답하고. 안 치면 회사 보이고.거리 계산의 착각 통근 시간 단축은 맞다. 숫자로 보면 이득이다. 한 달 40시간 절약. 1년이면 480시간. 20일. 교통비 연 72만원 절약. 아침 여유 1시간 더. 객관적 이득 맞다. 근데 빠진 계산이 있었다. 출퇴근 시간은 전환 시간이었다. 회사 모드에서 개인 모드로. 일 생각에서 내 생각으로. 지하철 환승 짜증나도 그게 필요한 거였다. 7분은 전환하기엔 너무 짧다. 뇌가 "아직 회사 근처" 인식한다. 집이 회사 연장선. 휴식 공간이 아니라 대기 공간. 회사 스트레스 심할 때 "집 가서 쉬어야지" 생각했다. 예전엔 지하철 타면서 서서히 풀렸다. 지금은 집 와도 안 풀린다. 회사가 너무 가깝다. 주말에 멀리 나가고 싶어진다. 홍대, 강남, 어디든. 구로구 벗어나고 싶다. "회사 근처 아닌 곳"이 목적지. 거리 자체가 스트레스. 동네 카페에서 작업하다가 팀장 마주쳤다. "오, 여기서 뭐 해?" "개인 작업이요." 어색했다. 회사 근처엔 나만의 공간이 없다. 1년 뒤 이사 가는 이유 부동산 아저씨 말 이해한다. "1년 뒤에 이사 간다." 회사 가까우면 편하다. 아침 여유롭다. 점심시간에 집 와서 쉴 수도 있다. 객관적으론 좋다. 근데 퇴근이 퇴근 같지 않다. 주말이 주말 같지 않다. 집이 집 같지 않다. "회사 근처 산다" 말하면 다들 "좋겠다" 한다. 통근 지옥 겪는 사람들 보면 미안하기도 하다. 실제로 편하긴 하다. 근데 매일 저녁 회사 불빛 본다. 누가 야근하는지 안다. 금요일 밤에도 회사 생각난다. 토요일에 슬리퍼 신고 회사 간다. 거리가 가까우면 경계가 흐려진다. 일과 삶의 경계. 회사와 집의 경계. 업무와 휴식의 경계. 지하철 40분이 아까운 게 아니었다. 필요한 거리였다. 적정 거리의 발견 요즘 생각한다. 이사 갈까. 회사에서 30분 거리. 지하철 4정거장. 환승 한 번. 그 정도면 딱이지 않을까. 출근길 30분에 할 것들. 어제 작업 머릿속 정리. 오늘 할 일 우선순위. 레퍼런스 몇 개 훑어보기. 음악 들으면서 모드 전환. 퇴근길 30분에 할 것들. 회사 일 정리. 내일 생각 조금. 그리고 지우기. 웹툰 보기. 멍 때리기. 집 도착하면 완전히 끄기. 30분이면 회사 불빛 안 보이는 동네. 편의점에서 팀장 안 만나는 거리. 토요일에 회사 생각 안 나는 거리. 가끔 약속 있으면 회사에서 바로 가면 된다. 급하면 택시 타도 2만원 안에. 완전히 먼 것도 아니고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통근 시간 아깝다"는 말 이해한다. 실제로 아깝다. 근데 그 시간이 버퍼다. 쿠션이다. 필요한 거리다. 회사 도보 7분은 너무 가깝다. 일상이 회사한테 먹힌다. 계약서의 빠진 항목 원룸 계약할 때 따졌던 것들. 보증금, 월세, 관리비, 옵션, 층수, 채광, 방음, 교통. 빠진 항목. 심리적 거리. 회사 가까우면 월세 아낄 수 있다는 계산. 시간 아낄 수 있다는 계산. 다 맞는 말이다. 근데 "퇴근 후에도 회사 생각나는 스트레스" 항목은 없었다. "주말에 회사 불빛 보이는 우울함" 비용은 없었다. "토요일에 슬리퍼 신고 출근하게 되는 위험" 계산은 안 했다. 숫자로 나오는 것만 계산했다. 시간, 돈, 거리. 숫자 안 나오는 건 생각 안 했다. 마음의 여유, 전환 시간, 경계. 지금 알았다. 출퇴근은 낭비가 아니라 필요다. 거리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도보 7분 원룸 계약. 통근 시간으론 성공. 삶의 질로는 실패. 다음 계약은 다르게 할 거다. 회사에서 30분. 그 정도가 적정선.집과 회사 사이, 적당한 거리가 필요했다. 7분은 너무 가까웠다.

Blender 좀 배워야 하는데: 3D 시대의 2D 아티스트의 불안감

Blender 좀 배워야 하는데: 3D 시대의 2D 아티스트의 불안감

Blender 좀 배워야 하는데 오늘도 기획팀에서 요청이 들어왔다. "이 캐릭터 3D 베이스 모델 있으면 각도 확인하기 편한데요." 웃으면서 답했다. "네, 확인해볼게요." 속으로는 한숨 나왔다. Blender 아이콘을 쳐다봤다. 보라색 아이콘. 설치한 지 3개월. 실행 횟수는 총 7번. 제대로 써본 적은 0번.2D로 5년 먹고살았는데 나는 2D 원화가다. Photoshop 단축키는 눈 감고도 누른다. Ctrl+J, Ctrl+T, Alt+Delete. 손가락이 기억한다. 레이어 200개 넘는 파일도 거뜬하다. 브러시 커스텀 300개 보유. 내 그림체는 확고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자꾸 들린다. "3D 베이스 깔고 그리면 빠르지 않아요?" "Blender로 러프 잡으면 시간 절약되는데." "요즘 아티스트들은 다 쓰던데요." 마지막 말이 제일 아프다. 요즘 아티스트들은. 나도 요즘 아티스트인데.튜토리얼은 3번 클릭했다 유튜브에 'Blender 초보' 검색했다. 영상 8000개 나온다. '왕초보', '입문', '기초'. 다 비슷해 보인다. 첫 번째 시도. "Blender 10분 완성!" 재생 눌렀다. 1분 만에 큐브가 10개 나온다. 나는 아직 화면 조작 중. 영상 껐다. 두 번째 시도. "하루 만에 캐릭터 모델링" 2시간짜리 영상. 30분까지 봤다. 강사는 벌써 UV 얘기한다. 나는 아직 정점 선택 중. 일시정지했다. 세 번째 시도. "절대 포기 안 함" 다짐하고 시작했다. modifier 메뉴에서 길 잃었다. 창 껐다.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Photoshop은 직관적이었다. 브러시 누르면 그려진다. 레이어 쌓으면 그림 완성된다. 논리가 명확하다. Blender는 다르다. 마우스 우클릭이 선택이다. 휠 클릭이 화면 회전. 단축키가 외계어다. G는 이동, S는 크기, R은 회전. 왜 Move의 M이 아닌가. 그리고 화면이 3개다. 뷰포트, UV에디터, 셰이더 노드. 어디서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2D는 평면이다. 내가 보는 게 결과물이다. 3D는 입체다. 내가 보는 건 한 면일 뿐. 돌려야 확인된다. 이 감각이 낯설다. 그리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다. 이게 제일 어렵다. 회사에서는 못 배운다 점심시간에 옆 자리 후배한테 물었다. "너 Blender 할 줄 알아?" "아뇨, 저도 못 해요." 안도했다. 팀장님은 쓴다. "이거 간단한데?" 모니터 보여주신다. 손이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노드 10개가 1분 만에 연결된다. "봤지? 쉽지?" 못 봤다. 배우고 싶다고 말할까 고민했다. "요즘 바쁜 거 아는데, Blender 좀..." 말이 안 나왔다. 업무 시간에 배울 수는 없다. 마감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개인 시간에 해야 한다. 퇴근하면 9시. 그림 그리기도 빡빡하다. 주말에 하자. 토요일은 여자친구 만나는 날. 일요일은 다음 주 준비. 월요일이 온다. 3개월째 반복 중. 신입들은 이미 쓴다 포트폴리오 리뷰 갔다. 23살 지원자. "3D 베이스 작업 가능합니다." 포폴에 Blender 로고. 작품 봤다. 캐릭터 각도 30개. 조명 다 다르다. "렌더링해서 그 위에 페인팅했습니다." 깔끔했다. 나는 29살에 이걸 못 한다. 5년 경력이 무색하다. 요즘 학원은 3D를 기본으로 가르친다더라. Maya, Blender, ZBrush. 2D는 부가 옵션. 세대가 바뀌고 있다. 나는 과도기 세대다. 2D로 입사했지만. 3D 시대를 살아야 한다. 어정쩡하다. AI보다 Blender가 더 무섭다 AI 그림은 두렵다. 하지만 아직은 디테일이 약하다. 손 못 그린다. 구도 엉성하다. "사람 손이 필요해요." 이렇게 위로한다. Blender는 다르다. 완벽한 파스펙티브. 정확한 라이팅. 360도 회전 가능. 이건 능력이다. AI는 대체 위협. Blender는 진화 요구. 후자가 더 무겁다. "AI는 도구일 뿐이에요." 다들 이렇게 말한다. "Blender도 도구예요." 그럼 나는 왜 못 쓰나. 도구를 못 쓰면 도태된다. 이게 현실이다. 3D 모르면 안 되나 2D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었다. 좋은 그림은 차원을 안 가린다. 실력이 본질이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3D 에셋 있으면 수정 빠른데." "각도 바꿔달라는데 다시 그려야 해요?" "이 소품 3D로 만들어두면 재활용되는데." 효율 얘기가 나온다. 예술 얘기가 아니다. 회사는 비즈니스다. 시간은 돈이다. 3D가 빠르면 3D를 쓴다. 내 고집은 비용이 된다. 안 배워도 되냐고? 아니다. 배워야 한다. 문제는 마음이다. 시작이 제일 어렵다 Blender 켰다. 기본 큐브가 반긴다. "다시 만나네." 벌써 4번째다. X 눌러서 삭제. 튜토리얼대로. Shift+A로 메쉬 추가. UV Sphere 선택. 여기까지는 했다. 그다음이 문제다. Edit 모드 들어간다. 정점이 500개 보인다. 뭘 선택해야 하나. Alt 누르면 링 선택. Ctrl 누르면 뭐더라. 10분 지났다. 구만 3개 만들었다. 포기하고 싶다. 그런데. 이번엔 창을 안 껐다. "한 시간만 해보자." 오늘의 목표. 캐릭터는 무리. 간단한 소품 하나. 검색했다. "Blender 칼 모델링" 15분짜리 영상. 따라한다. 30분 걸렸다. 칼날이 좀 휘었다. 손잡이가 이상하다. 그래도 칼이다. 저장했다. 'sword_001.blend' 첫 작품. 별로 안 이쁘다. 그래도 만들었다. 완벽하게 못 해도 된다 착각했던 것 같다. Blender 전문가 될 필요는 없다. 나는 컨셉 아티스트다. 3D는 보조 도구. 파스펙티브 참고용. 러프 레이아웃용. 조명 테스트용. Maya 아티스트처럼 할 필요 없다. 리깅 몰라도 된다. 애니메이션 안 해도 된다. UV 완벽 안 해도 된다. 내가 필요한 것만. 내 그림에 도움 되는 것만. 이렇게 생각하니 좀 편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 일주일째 저녁마다 30분씩. Blender 만지고 있다. 아직도 어렵다. 그런데 조금씩 보인다. 동료 아티스트 그림 봤다. "이거 3D 베이스네." 알 수 있다. 파스펙티브가 너무 정확하다. 라이팅 각도가 일정하다. ArtStation 둘러봤다. 3D 쓴 작품이 반이다. 'Making of' 보면 다 나온다. Blender로 레이아웃 잡고. Photoshop으로 페인팅. 이게 요즘 방식이다. 나만 모르고 있었다. 부럽기도 하고. 나도 하고 싶기도 하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천천히 가기로 했다 3개월 안에 마스터하겠다는 목표. 지웠다. 1년 걸려도 된다. 2년 걸려도 된다. 내 속도로 간다. 매일 30분. 주말엔 1시간. 이것만 지킨다. 완벽한 캐릭터 모델링. 목표 아니다. 간단한 소품 만들기. 이게 목표다. 검, 의자, 램프, 상자. 하나씩 만든다. 내 그림에 쓴다. 실력은 천천히 늘 거다. 조급해하지 않는다. 2D 아티스트는 안 없어진다 가끔 생각한다. 3D 시대에 2D는 구식인가. 아니다. 3D는 베이스다. 감성은 2D에서 나온다. Blender로 만든 모델. 그 자체로는 차갑다. 색감, 터치, 분위기. 이건 손으로 그려야 산다. 3D 아티스트가 페인팅 못 하듯. 2D 아티스트가 3D 못 해도 된다. 하지만 둘 다 조금씩 하면. 더 강해진다. 나는 2D가 본업이다. 3D는 무기 하나 더. 이렇게 생각한다. 오늘도 조금 저녁 9시. 퇴근했다. Blender 켰다. 오늘은 헬멧 만든다. 30분 목표. "Space bar... 아니 Shift+A." 아직도 헷갈린다. 천천히 한다. "Loop cut... Ctrl+R." 칼선 들어간다. 하나씩 따라 한다. 30분 지났다. 헬멧 반쪽 완성. Mirror 모디파이어 적용. 양쪽 완성. 이쁘지는 않다. 그래도 헬멧이다. 저장. 'helmet_001.blend' 내일은 UV 펴본다. 텍스처는 모레. 천천히 간다. 포기는 안 한다.3D는 벽이 아니라 계단이다. 한 칸씩 오른다.

출근하니 슬랙에 '긴급' 태그 3개, 그날의 하루는 끝났다

출근하니 슬랙에 '긴급' 태그 3개, 그날의 하루는 끝났다

출근하니 슬랙에 '긴급' 태그 3개, 그날의 하루는 끝났다 9시 52분, 회사 앞 카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 들고 폰을 켰다. 슬랙 알림 47개. 스크롤을 내렸다. 빨간 느낌표가 세 개. @channel 태그가 두 개. 기획팀장 DM이 다섯 개. "오늘 회의 자료 준비하려 했는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미 식었다. 회사 들어가기 전에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첫 번째 긴급: "신규 캐릭터 얼굴 표정 이상함. 오늘 중 수정 가능?" 두 번째 긴급: "클베 빌드에 UI 아이콘 깨짐. 원본 파일 어디?" 세 번째 긴급: "마케팅팀에서 이벤트 배너 오늘까지래요. 2종." 오늘 할 일 리스트를 떠올렸다.신규 보스 몬스터 컨셉 러프 3종 팀 내부 리뷰 준비 기획서 읽고 레퍼런스 정리전부 날아갔다.10시 05분, 자리 컴퓨터를 켰다. 부팅하는 동안 슬랙을 다시 확인했다. 알림이 12개 더 늘었다. 기획팀장이 온라인 상태로 바뀌었다. 3초 후 DM이 왔다. "디자님 출근하셨어요? 긴급 건들 확인 부탁드려요~" 물결 표시가 두 개. 급한 거 맞다. "네, 지금 확인 중입니다." Enter를 누르는 순간, 할 일의 우선순위가 재편성됐다.표정 수정 (1순위 → 보류) UI 아이콘 원본 찾기 (없었음 → 긴급) 마케팅 배너 (몰랐음 → 최우선) 보스 몬스터 컨셉 (오늘 → 내일) 팀 리뷰 준비 (이번 주 → 다음 주)포토샵을 켰다. 최근 파일 목록을 봤다. 어제 작업하던 보스 러프가 보였다. "미안, 넌 오늘 못 만나."10시 20분, 첫 번째 긴급 표정 수정부터 했다. PSD를 열었다. 레이어가 127개. 표정 레이어를 찾았다. 28번째. 기획팀이 올린 피드백을 읽었다. "표정이 너무 무표정해요. 좀 더 생동감 있게?" "근데 너무 밝으면 캐릭터 콘셉이랑 안 맞고요." "적당히 미소 띠는 느낌?" 적당히. 이 단어가 제일 어렵다. 기획자마다 '적당히'의 기준이 다르다. 일단 눈썹을 올렸다. 2픽셀. 입꼬리를 올렸다. 3픽셀. 눈동자에 하이라이트를 추가했다. 저장하고 슬랙에 올렸다. "이 정도 어떠신가요?" 3분 후 답장. "오 좋은데요! 근데 좀 더 밝게 할 수 있을까요?" 다시 PSD를 열었다. 입꼬리를 2픽셀 더 올렸다. 저장, 업로드. "이 정도는?" "완벽해요!" 20분 걸렸다. 표정 레이어 두 개 수정하는 데.11시, 두 번째 긴급 UI 아이콘 원본 파일. 문제는 내가 안 만들었다는 것. 전임자가 만든 파일이다. 퇴사한 지 6개월. 인수인계는 엑셀 한 장. "UI 아이콘은 /Assets/UI/Icon 폴더에" 폴더를 열었다. 파일이 643개. 이름은 전부 "icon_001.png", "icon_002.png" 원본 PSD는 없다. 백업 폴더를 뒤졌다. NAS를 뒤졌다. 구글 드라이브를 검색했다. 30분 후, 찾았다. 전임자 개인 폴더 깊숙한 곳에. "Icon_final_real_final_v3.psd" 네이밍 센스는 여전하다. 파일을 열었다. 레이어 정리가 안 돼 있다. "레이어 1 복사본 4", "레이어 12 복사본" 깨진 아이콘을 찾아서 익스포트했다. 슬랙에 올렸다. "찾았습니다." 좋아요 이모지 세 개. 감사 메시지는 없다. 11시 40분. 오전이 거의 끝났다. 12시, 세 번째 긴급 점심 먹고 하려 했다. 배가 고팠다. 아침을 안 먹었다. 슬랙에서 마케팅팀 DM. "디자님 배너 작업 언제쯤 가능하세요? 오후 3시까지 필요해요ㅠㅠ" 시계를 봤다. 12시 5분. 점심 시간 빼면 2시간.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점심은 편의점 삼각김밥. 책상에서 먹었다. 마케팅팀이 준 기획서를 읽었다. "컨셉: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느낌" "타겟: 20-30대 남성, 여성" "톤앤매너: 밝으면서도 고급스럽게" 화려한데 절제된. 밝은데 고급스러운.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안다. '잘 만들어주세요'라는 뜻이다. 레퍼런스를 찾았다. 핀터레스트에서 'game event banner'를 검색했다. 500장을 봤다. 5장을 저장했다. 포토샵 새 파일. 1920x400. 캐릭터 일러스트를 배치했다. 배경을 깔았다. 그라데이션. 텍스트를 넣었다. 폰트를 고민했다. 1차 시안 완성. 1시 30분. 슬랙에 올렸다. 5분 후 피드백. "좋아요! 근데 캐릭터 좀 더 크게, 배경은 좀 더 어둡게?" 수정했다. 캐릭터 120% 확대. 배경 명도 -15. 다시 올렸다. "오 좋은데, 텍스트가 안 보이네요?" 맞다. 배경을 어둡게 해서 텍스트가 묻혔다. 텍스트에 외곽선을 넣었다. 세 번째 업로드. "완벽해요! 2종도 부탁드려요~" 2종. 같은 작업을 한 번 더. 2시 50분에 끝났다. 3시, 계획된 작업 드디어 보스 몬스터 컨셉을 시작하려 했다. 태블릿을 켰다. 브러시를 선택했다. 슬랙 알림. 기획팀 채널. "@channel 내일 클라이언트 빌드 올라갑니다. 미완성 에셋은 오늘까지 완료 부탁드려요." 내일 빌드. 오늘까지 완료. 할 일 리스트를 다시 봤다. 미완성 에셋이 7개. 보스 몬스터는 다음 주 빌드용이다. 우선순위가 또 바뀌었다. 미완성 에셋부터 마무리해야 한다. NPC 얼굴 3종, 무기 아이콘 2종, 배경 소품 2종. 러프 상태였다. 디테일 작업이 필요하다. 시계를 봤다. 3시 15분. 퇴근까지 4시간. "오늘도 야근이구나." 5시, 집중 작업 이어폰을 꼈다. 로파이 플레이리스트. 슬랙 알림을 껐다. 30분만. NPC 얼굴부터 했다. 러프를 정리했다. 선을 다듬었다. 색을 올렸다. 음영을 넣었다. 집중하면 빠르다. 20분 만에 1개 완성. 두 번째 NPC. 15분. 세 번째 NPC. 18분. 무기 아이콘. 10분, 12분. 배경 소품. 8분, 9분. 5시 50분. 전부 끝났다. 슬랙 알림을 다시 켰다. 밀린 메시지 23개. 대부분 확인만 하면 되는 것들. "수고하셨습니다", "확인했어요", "오 좋네요" 하나가 눈에 띄었다. 기획팀장 DM. "디자님, 보스 몬스터 컨셉 진행 상황 어떠세요?" 진행 상황. 0%. "오늘 긴급 건들 처리하느라 시작을 못 했습니다. 내일 오전부터 집중해서 진행하겠습니다." 답장이 바로 왔다. "아 그렇군요. 수고 많으셨어요. 내일 기대할게요!" 기대. 부담이 된다. 7시, 퇴근 자리를 정리했다. 태블릿을 끄고, 모니터를 껐다. 오늘 한 일을 생각해봤다.표정 수정: 20분 아이콘 파일 찾기: 40분 마케팅 배너 2종: 2시간 미완성 에셋 7종: 2시간합계: 5시간. 계획했던 일: 0%. 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옆자리 선배가 물었다. "오늘 보스 컨셉 시작했어?" "못 했어요. 긴급 건들만 하다가..." "어제도 그랬잖아." 맞다. 어제도 긴급 건 3개였다. "내일은 해야지." "내일도 긴급 건 올 걸?" 선배가 웃었다. 농담이 아니다. 9시, 집 현관문을 열었다. 불을 켰다. 가방을 던졌다. 소파에 앉아서 폰을 켰다. 슬랙을 확인하지 않으려 했다. 확인했다. 새 메시지 5개. 전부 내일 오전 회의 공지. 타임라인을 봤다. 다른 회사 아티스트들이 올린 작업물. 개인 작업, 커미션, 팬아트. "다들 언제 그리는 거지." 내 폴더를 열었다. 개인 작업 PSD. 마지막 수정일: 2주 전. 열어보지 않았다. 열면 그리고 싶어진다. 그리고 싶어지면 못 자게 된다. 내일 또 긴급 건이 올 것이다. 샤워를 하고 누웠다. 눈을 감았다. 보스 몬스터가 떠올랐다. 러프 스케치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폰을 들었다. 메모 앱을 켰다. 아이디어를 적었다. "뿔 3개, 날개 비대칭, 색감은 보라+검정" 내일 출근하면 이걸 보고 시작할 것이다. 긴급 건이 없다면.오늘도 긴급이 일상을 이겼다. 내일은 내 작업을 할 수 있을까.

Clip Studio vs Photoshop: 게임 원화가의 택1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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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컴퓨터엔 포토샵, 집 컴퓨터엔 클스 출근하면 포토샵 켠다. 퇴근하면 클립스튜디오 켠다. 5년째 이러고 산다. 회사에서 클스 쓰고 싶다고 했다가 "PSD 호환 때문에 안 돼"라는 답 들었다. 맞는 말이긴 하다. 아트팀 전체가 포토샵이고, 기획팀도 포토샵으로 열어보고, UI팀도 포토샵 파일 받는다. 그래서 회사 일은 전부 포토샵이다. 근데 집에서 개인 작업할 땐 클스다. 손에 딱 붙는다. 선 따는 느낌이 다르다. 브러시 반응이 더 자연스럽다. 만화 그릴 때는 아예 비교 불가다. 문제는 이게 섞인다는 거다. 회사에서 포토샷 단축키 쓰다가 집에서 클스 켜면 손이 헷갈린다. 집에서 클스 쓰다가 월요일 출근하면 포토샵이 어색하다. "그냥 하나만 쓰면 되잖아"라고? 그게 안 된다. 각자 잘하는 게 다르다.포토샵이 잘하는 것 포토샷은 사진 작업이 강하다. 당연하다. 이름부터 포토샵이다. 레퍼런스 합성할 때 포토샵만 한 게 없다. 실사 텍스처 붙이고, 색감 조정하고, 필터 돌리는 건 포토샵이 최고다. 우리 팀 컨셉 아트는 실사 베이스가 많다. 갑옷 질감, 무기 표면, 배경 돌바닥 같은 거. 사진 찾아서 변형하고 붙이고 그린다. 이럴 땐 포토샵이 압도적이다. 스마트 오브젝트도 편하다. 로고 작업, UI 요소 같은 거 수정할 때 원본 건드리지 않고 바꿀 수 있다. 기획이 "이 문양 크기 50% 줄여주세요" 하면 30초 컷이다. 조정 레이어도 좋다. 색감 테스트할 때 비파괴로 막 돌려본다. 아트디렉터가 "좀 더 차갑게" 하면 색상 레이어 하나 올리면 끝이다. 그리고 3D 기능. 블렌더에서 렌더 떠온 거 포토샵에서 후보정하는데, 레이어 효과랑 필터가 강력하다. 클스도 3D 되긴 하는데 이쪽은 포토샵이 낫다. 회사가 포토샵 쓰는 이유를 안다. 협업 때문이다. 10명이 같은 툴 쓰면 파일 주고받기 편하다. PSD는 업계 표준이다. 근데 그림 그릴 땐 아니다. 클립스튜디오가 잘하는 것 클스는 그림 그리는 툴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을 위해 만들어졌다. 선화가 다르다. 포토샵 브러시는 뭔가 뻑뻑하다. 손맛이 덜하다. 클스는 펜 터치가 살아있다. 입력 지연도 적다. 빠르게 스케치하면 그 차이가 확 느껴진다. 손떨림 보정이 기본 탑재다. 포토샵도 있긴 한데 클스가 더 정교하다. 긴 선 그을 때 떨림 없이 쭉 뻗는다. 캐릭터 윤곽선 작업할 때 이거 없으면 못 그린다. 벡터 레이어가 진짜 미친 기능이다. 래스터로 그린 선을 나중에 수정할 수 있다. 선 두께 바꾸고, 위치 옮기고, 각도 돌리고. 클라이언트가 "팔 길이 5mm만 늘려주세요" 하면 벡터 레이어에서 쭉 늘리면 된다. 만화 작업은 비교 불가다. 말풍선, 효과선, 집중선 툴이 다 있다. 컷 나누기도 자동이다. 주말에 취미로 만화 그리는데 클스 없으면 못 그린다. 브러시 커스터마이징도 클스가 낫다. 포토샵 브러시 세팅은 복잡하다. 클스는 직관적이다. 펜압, 속도, 각도 다 쉽게 조정된다. 그리고 가격. 포토샵은 월 2만원대 구독이다. 클스는 5만원에 평생 쓴다. 학생 때 세일할 때 질렀다. 지금까지 5년 썼으니 본전 뽑았다. 문제는 회사에서 못 쓴다는 거다.실전: 어떤 작업에 뭘 쓰는가 회사 작업은 무조건 포토샵이다. 선택권이 없다. 캐릭터 컨셉 시안 10개 그릴 때. 포토샵에서 러프 스케치한다. 실사 레퍼런스 붙인다. 갑옷은 중세 갑옷 사진, 얼굴은 배우 사진, 배경은 풍경 사진. 다 합쳐서 하나로 만든다. 이게 우리 팀 컨셉 아트 스타일이다. 실사 베이스에 페인팅 오버. 포토샵 아니면 못 한다. 무기 디자인도 포토샵이다. 3D 모델 가져와서 각도 돌리고, 텍스처 입히고, 후보정한다. 기획이 "이거 골드 버전, 실버 버전 만들어주세요" 하면 조정 레이어로 뚝딱이다. UI 컨셉도 포토샵이다. UI팀이랑 협업할 때 PSD 파일로 주고받는다. 레이어 이름 정리하고, 폴더 정리하고, 스마트 오브젝트로 만들어서 넘긴다. 근데 개인 작업은 다르다. 트위터에 올리는 팬아트는 클스다. 요즘 그리는 건 세미 일러스트 스타일이다. 선화 따고, 평면 채색하고, 그림자 얹는다. 애니메이션 스타일. 이건 클스가 훨씬 빠르다. 커미션도 클스다. 주로 캐릭터 일러스트. 클라이언트가 "선화 확인 부탁드려요" 하면 벡터 레이어라 수정 편하다. "눈 크기 키워주세요" 하면 5분 컷이다. 주말 만화 작업은 100% 클스다. 컷 나누고, 대사 넣고, 효과 넣고. 32페이지 단편 작업할 때 클스 없었으면 두 배 걸렸다. 문제는 이걸 섞어 쓴다는 거다. 회사 일 하다가 집에서 개인 작업하면 손이 헷갈린다. 단축키가 다르다. Ctrl+T가 포토샵에선 자유변형인데 클스에선 텍스트다. 머리는 두 개 툴을 구분하는데 손은 헷갈린다. 다른 원화가들은 뭘 쓸까 회사 선배는 포토샵만 쓴다. 20년 경력이다. "클스? 그거 만화가들 쓰는 거 아냐?" 씹선배다. 포토샵으로 다 한다. 선화도 포토샵 브러시로 딱딱 그린다. 손에 익었다고 한다. 바꿀 이유가 없다고 한다. 실력 있으면 툴은 상관없다는 걸 보여주는 케이스다. 후배는 클스 쓰고 싶어 한다. 신입이라 아직 못 꺼낸다. 집에서 클스로 연습한다고 했다. "회사에서도 쓰고 싶은데 눈치 보여요." 아트디렉터는 페인터다. 네, 코렐 페인터. 진짜 쓰는 사람 있다. 디렉터라 자기 마음대로 쓴다. 페인터로 러프 그리고 포토샵으로 옮긴다. 프리랜서 친구는 클스 100%다. 게임사랑 일 안 한다. 출판, 웹툰, 캐릭터 디자인만 한다. "포토샵? 가끔 쓰긴 하는데 메인은 클스지." 결국 업계마다 다르다. 게임사는 포토샵, 출판/웹툰은 클스, 애니는 또 다르다. 나는 둘 다 해야 하는 처지다.그래서 뭘 추천하냐면 신입한테 물어보면 이렇게 답한다. "게임사 가려면 포토샵 배워라. 포트폴리오도 포토샵으로 만들어라." 현실이다. 채용공고 봐라. "포토샵 능숙자 우대" 쓰여있다. 클립스튜디오는 없다. 면접 때 "어떤 툴 쓰세요?" 물어본다. "클립스튜디오요" 하면 "포토샵은요?" 물어본다. "잘 못 써요" 하면 감점이다. 게임 회사는 포토샵이 표준이다. 바꿀 생각 없다. 협업 시스템이 다 포토샵 기준이다. 근데 개인적으론 클스 추천한다. 그림 그리기엔 클스가 낫다. 선화, 채색, 브러시 반응 다 클스가 좋다. 내가 지금 신입이라면? 둘 다 배운다. 포토샵으로 취직하고, 클스로 실력 키운다. 실제로 나도 그렇게 했다. 대학 때 포토샵 배웠다. 회사 들어가서도 포토샵 썼다. 2년 차에 클스 시작했다. 개인 작업 속도가 두 배 빨라졌다. 지금은 두 개 다 쓴다. 회사에선 포토샵, 집에선 클스. 손은 헷갈려도 결과물은 좋다. 툴은 도구다. 중요한 건 그림 실력이다. 포토샵으로 못 그리면 클스로도 못 그린다. 근데 좋은 도구 쓰면 더 잘 그릴 수 있다. 그게 클스든 포토샵이든. 요즘 생각: AI가 다 바꿀지도 솔직히 요즘은 이 고민도 옛날 얘기가 될 것 같다.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나오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툴 싸움이 무슨 의미인가. AI가 10초 만에 그려버리는데. 회사에서도 AI 쓴다. 컨셉 시안 뽑을 때 미드저니로 레퍼런스 만든다. 예전엔 구글링 2시간 하던 거 이젠 10분이다. 아트디렉터가 "AI로 러프 뽑아봐" 한다. 뽑는다. 괜찮다. 거기서 수정한다. 작업 시간 반 준다. 무섭다. 내 일이 줄어드는 게 보인다. 근데 또 생각해보면 툴 하나 더 늘어난 거다. 예전엔 포토샵 vs 클스였는데 이젠 포토샵 vs 클스 vs AI다. 결국 잘 쓰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포토샵 잘 쓰는 사람, 클스 잘 쓰는 사람, AI 잘 쓰는 사람. 나는? 셋 다 배운다. 선택권 없다. 배워야 산다. 5년 전엔 "포토샵만 알면 돼" 였다. 지금은 "포토샵, 클스, 블렌더, AI 다 좀 할 줄 알아야 돼" 다. 앞으로 5년 뒤는? 모르겠다. 지금 고민하는 게 다 쓸모없어질 수도 있다. 근데 뭐 어쩌겠나. 지금 할 수 있는 거 하는 거지.회사 컴퓨터 포토샵 켜고, 집 컴퓨터 클스 켠다. 오늘도 그렇게 산다.

손목이 아픈데 병원 갈 시간이 없다는 게 직업병

손목이 아픈데 병원 갈 시간이 없다는 게 직업병

새벽 3시에 깨는 이유 또 깼다. 새벽 3시. 손목이 욱신거려서 눈이 떠졌다. 오른손을 주물러본다. 뭔가 뻐근하다. 아니, 뻐근한 정도가 아니다. 찌릿찌릿하다. 베개 밑에 파스가 있다. 요즘 매일 붙이고 잔다. 침대 옆 서랍에는 손목 보호대. 타블렛 칠 때 끼는 용인데, 자다가도 아프면 낀다. 시계를 본다. 3시 17분. 4시간 뒤면 출근이다. 다시 자야 하는데 손목 때문에 잠이 안 온다. 핸드폰을 왼손으로 든다. 오른손은 쓰기 싫어서. 트위터를 켠다. 같은 업계 사람들 트윗이 보인다. "손목 아픈 사람 손🙋" 리트윗 230개. 혼자가 아니구나. 근데 그게 위로가 되나.타블렛 든 손의 지문 굳은살을 세어본 적 있나. 내 오른손 검지와 중지 첫 마디. 펜을 쥐는 자리에 굳은살이 박혔다. 처음엔 물집이었다. 신입 때. 하루 12시간씩 그리다 보니 생겼다. 이제는 굳은살이 정체성이다. 손톱도 짧다. 타블렛 칠 때 걸리적거려서 매주 깎는다. 여자친구가 그랬다. "손이 너무 남자같아." 미안하다. 그림쟁이 손이 원래 이렇다. 손목은 더 심각하다. 손목터널증후군. 병원 갔을 때 들은 진단명이다. 정확히는 "수근관증후군 의심". 의심이래. 확정은 아니래. "정밀 검사 받으셔야 해요." "MRI 찍어보시죠." 비용을 물었다. 30만원. 검사만. 그날 병원 안 갔다. 회사 복귀했다.병원 예약은 3주 뒤 병원 갈 시간이 없다. 이게 말이 되나. 손목이 아픈데 병원을 못 간다. 직장인이면 다 아는 얘기다. 특히 게임 회사. 정형외과 진료 시간.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우리 회사 근무시간이랑 똑같다. 점심시간에 갈까. 1시간. 회사에서 병원까지 20분. 대기 30분. 진료 10분. 왔다갔다 하면 끝이다. 근데 점심시간에 자리 비우면 눈치 보인다. "어디 갔어요?" 물어본다. "병원이요" 하면 "아파요? 많이?" 이렇게 된다. 그럼 팀장이 걱정한다. "쉬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다. 쉬면 일이 밀린다. 밀리면 다른 사람한테 피해다. 그래서 안 간다. 반차를 쓸까. 근데 이번 주는 마일스톤이다. 다음 주는 빌드다. 그다음 주는 CBT다. 언제 가지. 예약했다. 3주 뒤 토요일. 토요일 진료하는 정형외과를 찾았다. 집에서 1시간 거리. 그것도 오전만 한다. 3주를 더 버텨야 한다. 파스와 진통제의 일상 책상 서랍을 열면 파스가 보인다. 제일 위에 있다. 펜 옆에. 메모지 위에. 손 뻗으면 바로 닿는 곳. 아침에 붙이고 출근한다. 회사 화장실에서 한 번 더 붙인다. 퇴근 전에 또 붙인다. 파스 냄새가 난다. 옆자리 동료가 안다. "형 또 붙였어요?" 웃으면서 말한다. 근데 웃는 게 아니다. 걱정이다. 그 동료도 손목 아프다. 모델러인데 마우스를 하루 종일 쓴다. 우리 팀 절반이 손목 아프다. 진통제도 먹는다. 이부프로펜. 약국에서 산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거. 하루 3알까지 먹을 수 있대. 나는 하루 2알 먹는다. 점심 먹고 1알. 저녁 먹고 1알. 그러면 하루가 버텨진다. 근데 요즘은 3알 먹는 날이 많다. 새벽에 아파서 깨면 1알 더 먹는다. 의사가 알면 뭐라고 할까. "왜 병원 안 와요?" 할 것 같다. 시간이 없어서요.마감 앞에서 몸은 사치다 팀장이 말했다. "다들 몸 관리 잘하세요." 회의 끝나고 하는 말. 립서비스다. 진짜 쉬라는 게 아니다. 아프지 말라는 거다. 아프면 일정이 밀린다. 일정이 밀리면 팀 전체가 밀린다. 그러면 문제다. 그래서 아파도 출근한다. 감기 걸려도 출근한다. 열 나도 출근한다. 손목 아파도 출근한다. 쉬는 건 입원할 때다. 진짜 입원. 링거 맞을 정도. 그 정도 아니면 출근이다. 신입 때 선배가 그랬다. "게임 회사에서 몸은 사치야." 당시엔 농담인 줄 알았다. 이제 안다. 농담이 아니다. 마감 2주 전. 손목이 찢어질 것 같았다. 펜을 쥘 수가 없었다. 마우스도 아팠다. 그날 야근했다. 11시까지. 왼손으로 그렸다. 오른손은 못 쓰겠어서. 왼손은 서툴다. 시간이 2배 걸렸다. 그래도 해냈다. 캐릭터 3개 러프. 다음 날 리뷰 통과했다. 뿌듯했나. 아니다. 후회했다. 왜 이렇게까지 하나. 병원비보다 비싼 결근 병원비가 아깝지 않다. MRI 30만원. 비싸다. 근데 낼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일주일 쉬어야 해요." "물리치료 주 3회, 한 달." 이게 문제다. 일주일 쉬면 프로젝트가 멈춘다. 내가 맡은 캐릭터가 멈춘다. 그러면 다른 팀이 기다린다. 연차는 있다. 15일. 근데 쓸 수가 없다. 쓰면 눈치다. "왜 이 타이밍에?" 이렇게 된다. 사실 회사는 쉬라고 한다. "아프면 쉬세요." 겉으로는. 근데 분위기가 있다. 암묵적인. 아픈 사람은 약한 사람이다. 프로 정신이 부족하다. 열정이 없다. 이런 게 있다. 말 안 해도 느껴진다. 그래서 쉬지 않는다. 물리치료는 포기했다. 주 3회. 불가능하다. 평일 낮에 병원 갈 시간이 어딨나. 집에서 스트레칭한다. 유튜브 보면서. "손목 터널 증후군 자가 치료". 조회수 80만. 댓글을 본다. 다 나 같은 사람들이다. "저도 개발자인데 똑같아요" "디자이너 5년차 공감합니다" "병원 갈 시간이 없어요ㅠㅠ" 우리는 왜 이렇게 사나. 아프다는 말을 못하는 이유 어제 여자친구를 만났다. 손을 잡았다. 오른손. 아팠다. 표정이 굳었나보다. "왜? 아파?" 아니라고 했다. 괜찮다고. 거짓말이다. 아프다. 근데 말하면 걱정한다. 걱정하면 "병원 가" 이렇게 된다. 그럼 나는 "응" 하고 안 간다. 이런 대화 반복하기 싫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팀장한테 말하면 어떻게 될까. "손목 아파서 일 못 하겠습니다." "그래요? 병원 다녀오세요." 다녀오면 끝인가. 아니다. "괜찮아요? 일 할 수 있어요?" 이게 진짜 질문이다. 할 수 있냐 없냐. 할 수 없다고 하면. 일이 재분배된다. 다른 사람한테 간다. 그 사람은 야근한다. 나 때문에. 미안해진다. 그래서 "괜찮습니다" 한다. 괜찮지 않은데. 아픈 게 죄다. 이 업계에서는. 5년차의 몸 신입 때는 몰랐다. 하루 12시간 앉아서 그려도 괜찮았다. 주말에 개인 작업 8시간 해도 멀쩡했다. 손목이 조금 뻐근하면 스트레칭하면 됐다. 목 아프면 기지개 켜면 됐다. 지금은 다르다. 의자에서 일어날 때 허리가 아프다. 고개 돌릴 때 목이 뻐근하다. 눈이 침침하다. 29살. 벌써 이렇다. 동기들도 비슷하다. 한 명은 허리디스크로 수술했다. 6개월 전. 수술하고 3주 만에 복귀했다. "더 쉬라"고 했는데 안 쉬었다. 프로젝트 런칭 직전이었다. 한 명은 안구건조증 심해서 인공눈물 산다. 하루에 10번 넣는다. 모니터 보면 눈이 따갑대. 한 명은 불면증이다. 잠이 안 온다고. 새벽 4시에 자고 10시에 출근한다. 주말에 몰아서 잔다. 우리는 5년차다. 앞으로 20년 더 일해야 한다. 이 몸으로 가능할까. 프리랜서의 유혹 요즘 생각한다. 프리랜서 하면 어떨까. 시간 자유롭다. 손목 아프면 쉴 수 있다. 병원 갈 수 있다. 근데 수입이 불안정하다. 일감이 있을 때만 번다. 4대보험 없다. 퇴직금 없다. 회사는 안정적이다. 매달 월급 들어온다. 연차 있다. 건강검진 지원한다. 근데 내 몸은 불안정하다. 뭐가 우선일까. 트위터에서 프리랜서 작가들 본다. 커미션 받는다. 월 500만원 번다는 사람도 있다. 부럽다. 근데 그들도 아플 것이다. 마감은 있으니까. 손목도 아플 것이다. 타블렛 쓰니까. 차이는 병원 갈 시간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크다. AI가 가져올 미래 최근 AI 그림 본다. Midjourney. Stable Diffusion. 몇 초 만에 완성도 높은 그림 나온다. 무섭다. 우리 일이 없어질까. 그것보다 무서운 건. 손목 아파서 못 그리게 됐을 때. AI가 나를 대체할 것이다. 신입은 AI 쓴다. "이거 참고해서 그려주세요" 하면 러프 만들어준다. 편하다. 나도 쓴다. 레퍼런스 만들 때. 시간 절약된다. 근데 동시에 생각한다. 내 가치는 뭔가. 손목 아픈 채로 그리는 나. AI 버튼만 누르면 되는 신입. 누가 더 효율적인가. 무섭다. 내일도 출근한다 새벽 4시. 아직도 안 잤다. 손목 때문에. 파스 다시 붙였다. 진통제 먹었다. 손목 보호대 찼다. 이제 좀 나은 것 같다. 아니, 익숙해진 것 같다. 6시간 뒤 출근이다. 타블렛 켤 것이다. 펜 들 것이다. 손목 아픈 채로 그릴 것이다. 마감까지 2주. 버틸 수 있나. 버텨야 한다. 3주 뒤 토요일. 병원 예약 있다. 그때까지만. 그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그 다음은. 또 버티겠지.손목이 아프다. 근데 그릴 수 있다. 그러면 출근한다. 이게 게임쟁이 삶이다.

레퍼 더 주세요: 게임 원화가의 아침은 레퍼 수집으로 시작된다

레퍼 더 주세요: 게임 원화가의 아침은 레퍼 수집으로 시작된다

레퍼 더 주세요: 게임 원화가의 아침은 레퍼 수집으로 시작된다 출근했다. 9시 50분이다. 10시까진 10분 남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사무실 자리 앞에 앉은 지 2분 만에 나는 이미 폴더를 열고 있었다. 기획서 아니다. 레퍼런스다. 어제 밤 11시에 정리하던 폴더. 아침에 또 확인한다. '이거면 되겠지?' 아니다. 절대 안 된다. 이 폴더는 너무 따뜻하다. 오늘 그릴 캐릭터는 냉정해야 한다. 검색 창에 입력했다."mage character design dark fantasy concept art"또 검색했다."female warrior armor reference asian"또."blue hair anime girl portrait lighting study"이 과정이 시작되면 끝이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손을 놓을 수 없다. 좋은 레퍼가 없으면 이 손가락들은 태블렛 펜을 들 이유를 잃는다.레퍼가 답이다 게임 원화가의 일은 사실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레퍼 : 스케치 = 1 : 1 레퍼가 좋으면 스케치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 레퍼가 형편하면 뭘 그려도 불안하다. 선이 떨린다. 마음이 떨린다. "왜 안 되지?" 이건 실력 부족 때문 아니다. 레퍼 부족 때문이다. 어제 팀장이 넘겨줬던 기획서를 봤다. '동양 판타지 여전사' 정도의 설명이 전부다. 여전사는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우아한 여전사일 수도 있고, 거친 여전사일 수도 있고, 섹시한 여전사일 수도 있다. (여기서 멈춘다. 그 얘기는 따로 한다.) 그래서 레퍼다. 내가 찾는 건 이미지 하나가 아니라 톤(tone)이다. 아트스테이션에서 한 아티스트의 포트폴리오를 한참 봤다. 드로우 스타일, 컬러 감각, 실루엣. 이 세트가 맞으면 체크한다. 클립 스튜디오에 갖다 붙인다. 요즘은 아이패드에서 사진도 찍어서 넣는다. 손 각도. 옷 주름. 금속 반사. "아, 이것만 봐도 터치감이 다르네." 입버릇이 됐다.월요일은 레퍼 전쟁이다 월요일 아침은 특히 심하다. 주말에 새로 올라온 레퍼들 때문이다. 아트스테이션은 주말도 잠들지 않는다. 픽시브도. 심지어 디스코드 서버들도. 게임 원화가 커뮤니티는 24시간 작동 중이다. 근데 다 찾아야 한다. 왜냐면 주말에 올라온 건 다음 주 내 누군가의 영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쟁상태가 된다. 아트 감각은 누가 더 빨리 좋은 이미지를 발견하느냐와도 연관이 있다. "어? 이거 우리 팀에만 아는 톤인데?" 이 느낌이 중요하다. 월요일 9시 57분. 나는 여전히 레퍼를 본다. 옆자리 준호도 한다. 그 옆 수경이도. 모두가 같은 것을 하고 있다. 입을 다물고 모니터만 본다. "레퍼 머리 각도 좋네." "근데 옷은 우리 톤 아니다." "손 자세 참고할만 하네." 이게 월요일 아침 대화다. 10시 정각. 팀장이 들어온다. 우리는 재빨리 하던 폴더를 닫는다. 아직 할 것 다 못 했지만. 레퍼는 영원히 부족하다. 이 경험을 5년 해봤는데, 한 번도 "아, 이제 레퍼 충분하다"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레퍼 없이는 살 수 없는 몸 커미션을 받을 때도 첫 번째 질문은 같다. "레퍼 따로 주실 수 있을까요?" 선을 긋기 전에 레퍼를 본다. 머리 비율을 확인하고, 눈 거리를 확인하고, 손가락 길이를 확인한다. 이건 관습 같은 것도 아니고, 단순히 작업 방식이다. 회사에서 5년. 프리랜서로 1년. 합쳐서 6년을 이렇게 살았다. 좋은 레퍼를 찾는 그 경험은 배우는 것 같기도 하고, 도둑질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창작자의 의무인 것 같기도 하다. 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어제 여자친구가 물었다. "너 그림 그릴 때 왜 자료 사진을 그렇게 오래 봐?" "눈이 손을 이끌어야 하니까." 그렇게 대답했다. 이게 가장 정직한 답이다. 손만 움직이는 건 절대 된다. 눈이 먼저 무언가를 봐야 한다. 손가락이 따라온다. 레퍼가 눈에 들어와야 손이 그린다. 이게 그림 그리는 순서다. AI 그림이 무섭긴 한데, 결국 이 부분 때문이다. 레퍼를 수집하고, 정렬하고, 조합하는 능력. 하지만 손으로 정말로 그려낼 수 있는가는 다르다. 여기가 우리와 그것의 차이점이다. (아직은 그렇다고 믿고 싶다.) [IMAGE_4] 레퍼 폴더는 자산이다 폴더 구조를 잠깐 공개하자면:기본: 얼굴 각도, 손 자세, 발 비율, 옷 주름 캐릭터 타입별: 전사, 마법사, 도둑, 성직자, 몬스터, 동물, 로봇 컬러 레퍼: 차가운 톤, 따뜻한 톤, 금속, 천, 가죽, 마법 이펙트 감정별: 중립, 화남, 슬픔, 기쁨, 충격 문화별: 동양, 서양, 판타지, 현대, 사이버펑크 피나레스: 한 달에 한 번 스크린샷 모아둔 최고의 레퍼들마지막 폴더가 제일 중요하다. 이건 팔 수도 있다. 다른 회사 신입 원화가가 물어본 적 있다. "선배, 피나레스 폴더 사줄 수 있어요?" 못 줬다. 이건 내 자산이니까. 5년간 구글 이미지, 아트스테이션, 픽시브, 언스플래시, 인스타그램, 더 씽크탱크, 심지어 영화 스크린샷까지 수집한 결과물이다. 한 번 정렬하면 다시 정렬할 일은 없다. 계속 추가만 된다. 요즘 고민이 생겼다. 클라우드에 백업을 해야 할까? 이게 터지면 몇 주 작업이 날아간다. 그런데 클라우드에 올리면 느려진다. 외장 하드에 넣기도 했는데, 3개 차있어도 항상 부족하다. 누군가는 AI로 레퍼를 생성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AI 레퍼는 모두가 같은 톤이다. 우리가 찾는 건 다양성이고, 각 아티스트의 개성다. 그래서 수집은 계속된다. 지금도 한다. 밤 11시. 집에서 퇴근하고 와이파이 켠 후. 태블렛을 켠다. 아르트스테이션 핫 피크를 본다. 좋은 거 있나? 있으면 받아둔다. 또 저장했다. 폴더 하나가 12기가 가까워진다. [IMAGE_5] 언제까지 이럴까 팀장이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레퍼 보다가 시간 날리지 말고, 작업만 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말이다. 레퍼 없이 작업하면 손이 멈춘다. 손이 멈추면 시간이 더 많이 간다. 결국 같다. 아니, 레퍼를 잘 찾는 게 더 빠르다. 마감 1주일 전부턴 이 과정이 생략된다. 그냥 그린다. 레퍼를 찾을 시간이 없으니까. 하지만 질은 떨어진다. 버그가 늘어난다. 손가락이 어색하다. 눈 비율이 이상하다. "리비전 몇 차에요?" 기획팀이 묻는다. "5차입니다." 왜 이렇게 많이? 라는 눈빛. 그건 레퍼 부족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럼 핑계로 들린다. 그래서 입을 다물고 수정하고 또 수정한다. 내일 아침도 내가 할 일은 같다. 9시 50분 자리에 앉아서 폴더를 열 거다. 레퍼를 본다. 또 본다. 또 본다. 손이 움직일 때까지.레퍼가 답이다. 근데 언제까지 이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