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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루엣이 안 살아요: 채택 안 되는 컨셉 10개의 공통점

실루엣이 안 살아요: 채택 안 되는 컨셉 10개의 공통점

실루엣이 안 살아요: 채택 안 되는 컨셉 10개의 공통점 또 떨어졌다 기획팀에서 피드백 왔다. "실루엣이 약해요." 10개 그렸다. 디테일 살렸다. 질감도 넣었다. 컬러도 3버전씩. 채택은 1개도 없다. "디자 님, 실루엣부터 잡고 오세요." 5년 차에 듣는 말이다. 화가 난다기보다 허탈하다. 어제 밤 11시까지 작업했다. 벨트 버클 하나하나 다 그렸다. 갑옷 스크래치도 넣었다. 근데 실루엣이 약하다니. 커피 마시고 다시 파일 열었다. 검은색으로 채웠다. 아, 이거. 다 똑같이 생겼다.2년 차 때 모르던 것 신입 때는 몰랐다. 디테일이 실력이라고 생각했다. 선배가 5분 만에 그린 러프가 채택됐다. 내가 3일 그린 건 떨어졌다. 이해 안 됐다. 내 게 더 디테일했는데. "실루엣부터 봐." 선배가 그때 했던 말이다. 무슨 말인지 몰랐다. 지금은 안다. 게임 캐릭터는 3cm로 보인다. 모바일은 더 작다. 디테일은 안 보인다. 실루엣만 보인다. 기획서에 '원거리 딜러'라고 써 있으면. 실루엣만 봐도 원거리여야 한다. 활 들고 있어야 한다. 몸은 날씬해야 한다. 근데 내가 뭘 그렸나. 갑옷 입은 궁수. 실루엣은 전사다. "이거 탱커 아닌가요?" 기획팀 말이다. 할 말 없다. 떨어진 10개의 공통점 지난 3개월간 떨어진 컨셉들 모았다. 정확히 37개다. 채택률 27%. 처참하다. 공통점 찾았다. 1. 팔다리가 몸통에 붙어 있다 검은색으로 채우면 한 덩어리다. 팔이 어딘지 모른다. 다리도 마찬가지. 액션 포즈인데 정지해 보인다. 유니티에서 돌려보면 더 심하다. 움직이는데 뭐가 움직이는지 모른다. 2. 머리 장식이 과하다 뿔 달고, 깃털 달고, 왕관 쓰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실루엣 보면 머리가 3배다. 몸은 안 보인다. "이 캐릭터 컨셉이 뭐예요?" 물어보면 대답 못 한다. 머리 장식이 컨셉을 먹어버렸다. 3. 무기가 작다 이건 진짜 많이 했다. 현실적으로 그리려고. 검은 팔 길이만큼. 총은 실제 크기로. 게임에서는 안 보인다. 무기 든 건지 맨손인지 구별이 안 된다. 오버워치 봐라. 해머는 몸만 하다. 게임은 과장이다.4. 대칭이다 왼쪽 오른쪽 똑같다. 갑옷도 대칭. 망토도 가운데. 칼집도 정중앙. 안정적이다. 근데 재미없다. 실루엣이 밋밋하다. 채택되는 디자인은 비대칭이다. 한쪽 어깨만 갑옷. 한쪽 팔만 문신. 한쪽으로 흐르는 천. 5. 포즈가 정면이다 T포즈로 그렸다. 팔 벌리고 다리 모으고. 깔끔하다. 보기 좋다. 근데 게임에서는 안 쓴다. 게임은 측면이다. 뛰고 싸우고 구른다. 측면 실루엣 테스트 안 한 게 후회된다. 6. 얼굴에 집착했다 눈 디테일 2시간 그렸다. 속눈썹 하나하나. 입술 하이라이트. 게임에서 얼굴은 1cm다. 안 보인다. 근데 작업 시간의 30%를 얼굴에 썼다. 실루엣 작업은 10%도 안 했다. 7. 천이 너무 많다 망토, 스카프, 치마, 소매. 휘날리는 천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실루엣 보면 천이 몸을 가린다. 체형이 안 보인다. 근육도 갑옷도 다 가려졌다. "이 캐릭터 전사예요, 법사예요?" 기획팀이 물었다. 천 때문에 모른다. 8. 컬러로 구별하려 했다 "실루엣 비슷해도 컬러가 다르면 되죠." 2년 차 때 내가 한 말이다. 틀렸다. 색약 모드 있다. 흑백으로 봐도 구별돼야 한다. 실루엣이 전부다. 9. 유행 따라갔다 요즘 뭐가 유행인가. 트위터 보고 아트스테이션 보고. 비슷하게 그렸다. 근데 우리 게임 컨셉이랑 안 맞는다. 실루엣도 기존 캐릭터랑 겹친다. 유행은 레퍼런스지 답이 아니다. 10. 테스트 안 했다 제일 큰 문제다. 그냥 제출했다. 실루엣 확인 안 하고. 검은색 채우기 5초면 된다. 근데 안 했다. 귀찮아서. 디테일 작업에 취해서. 결과는 리젝이다.지금 하는 방법 이제는 실루엣부터 그린다. 순서가 바뀌었다. 1단계: 러프 실루엣 10개 검은 덩어리만 그린다. 10분에 하나씩. 디테일 없다. 그냥 형태만. 포즈도 다르게. 정면, 측면, 3/4. 액션 포즈도 섞는다. 10개 나란히 놓고 본다. 겹치는 거 지운다. 남은 건 3개. 2단계: 팀 리뷰 실루엣만 보여준다. "이거 뭐 들고 있나요?" 물어본다. 대답 나오면 통과다. "모르겠는데요" 나오면 수정이다. 디테일 들어가기 전에 방향 잡는다. 시간 아낀다. 3단계: 3가지 포즈 테스트 채택된 실루엣을 3가지 포즈로 그린다. 서 있기, 공격, 달리기. 전부 실루엣 살아야 한다. 하나라도 뭉개지면 다시 수정. 4단계: 디테일 작업 여기서부터 디테일 넣는다. 질감, 컬러, 장식. 근데 실루엣 해치면 안 된다. 디테일은 실루엣 안에서만. 작업 중간중간 검은색 채워본다. 실루엣 체크다. 5단계: 최종 테스트 완성본을 축소한다. 3cm 크기로. 모바일 화면에 띄워본다. 구별되면 통과. 안 되면 실루엣 다시. 디테일은 확대해서 볼 때만 보인다. 근데 게임은 축소가 기본이다. 기획팀이 보는 것 기획팀은 디테일 안 본다. 처음에는. "이 캐릭터 누구예요?" 3초 안에 대답 나와야 한다. 실루엣만 봐도. "원거리 딜러요." "어떻게 알았어요?" "활 들고 있고 몸이 날씬해서요." 이게 답이다. "갑옷 디테일이 어쩌고..." "벨트 버클이 이렇고..." 이런 말 안 나와야 한다. 실루엣이 먼저다. 기획팀 입장 이해한다. 캐릭터 20개 넘는다. 실루엣 비슷하면 플레이어가 헷갈린다. "근데 디자 님, 이거랑 이거 구별 안 되는데요." 두 캐릭터 보여준다. 하나는 내 거. 하나는 3개월 전에 나온 거. 실루엣 똑같다. 디테일만 다르다. 리젝 당연하다. 아직도 어려운 것 5년 차인데 아직도 실수한다. 디테일 작업하다 보면 실루엣 까먹는다. 2시간 그리면 빠진다. 디테일 늪에. "여기 주름 하나 더." "이 금속 질감 더 살려야지." 그러다 실루엣 망가진다. 알람 맞춘다. 30분마다. 울리면 실루엣 체크한다. 검은색 채우기. 5초 걸린다. 근데 귀찮다. 알람 끈다. 또 잊어먹는다. 마감 전날에 깨닫는다. "아, 실루엣." 그때는 늦었다. 처음부터 다시 그린다. 밤 새운다. 언제쯤 자동으로 될까. 실루엣이 손에 배는 날이. 선배의 5분 러프 요즘 이해된다. 선배가 5분 만에 그린 그 러프. 디테일 없었다. 선 몇 개. 색칠도 대충. 근데 실루엣은 완벽했다. 포즈도 명확했다. 캐릭터 성격도 보였다. "이거 괜찮은데요. 이걸로 진행하시죠." 기획팀이 바로 OK 했다. 나는 그때 화났다. 내가 3일 그린 건 왜 떨어졌나. 지금은 안다. 선배는 실루엣부터 그렸다. 나는 디테일부터 그렸다. 순서가 달랐다. 게임 원화는 일러스트가 아니다. 예쁜 그림 그리는 게 아니다. 3cm로 축소돼도 살아있는 디자인. 그게 게임 컨셉이다. 채택률이 오른 이유 요즘 채택률 60% 넘는다. 3개월 전보다 2배다. 디테일 실력은 그대로다. 손 더 빨라진 것도 아니다. 바뀐 건 하나. 실루엣부터 그린다. 러프 단계에서 10개 그린다. 디테일 없이. 실루엣만 보고 5개 지운다. 남은 5개 기획팀 보여준다. "이 중에 뭐가 좋아요?" 2개 고른다. 그것만 디테일 작업한다. 시간도 아낀다. 전에는 10개 다 디테일 넣었다. 일주일 걸렸다. 채택은 1개. 지금은 2개만 디테일. 2일 걸린다. 채택은 1~2개. 효율이 3배다. AI한테 안 지려면 요즘 AI 그림 무섭다. 디테일은 사람보다 낫다. 근데 실루엣은 약하다. 프롬프트로 실루엣 조절 어렵다. 포즈도 애매하다. 게임 컨셉 아트는 실루엣이다. 여기서 사람이 이긴다. AI는 예쁜 그림 그린다. 근데 게임 캐릭터는 못 그린다. 아직은. 실루엣 훈련 더 해야겠다. 여기가 살길이다. 손 빠른 건 AI가 이긴다. 디테일도 진다. 근데 디자인은 아직 사람이다. 실루엣 감각. 캐릭터 구별. 포즈 명확성. 이게 원화가의 영역이다. 당분간은. 내일 할 것 신규 캐릭터 5개 의뢰 들어왔다. 마감은 다음 주. 예전 같으면 바로 디테일 들어갔다. 지금은 다르다. 내일 오전: 실루엣 러프 25개 (5개×5버전) 내일 오후: 팀 리뷰, 5개 선정 모레: 선정된 5개 포즈 테스트 다음 주 월화수: 디테일 작업 목요일: 최종 제출 실루엣 작업 비중이 30%다. 전에는 10%였다. 시간 배분이 바뀌었다. 결과도 바뀔 거다. 떨어지는 컨셉 줄이고 싶다. 밤새우는 날 줄이고 싶다. 실루엣이 답이다. 5년 차에 깨달았다. 늦었지만 다행이다.태블릿 끄고 손목 돌린다. 내일은 실루엣부터. 디테일은 나중에. 이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