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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를
- 14 Dec, 2025
게임 출시 보너스를 기다리며: 개발 기간은 불확실성의 연속
또 미뤘다 회의실에 들어갔다. PD가 말했다. "출시일 6개월 연장합니다." 아무도 말 안 했다. 다들 알고 있었던 것 같다. 2년 개발이 2년 반이 됐다. 나는 계산기 켰다. 보너스 6개월 뒤로 밀렸다. 전세 갱신은 4개월 남았다.2년 전 그날 2년 전 킥오프 미팅. PD가 말했다. "18개월 개발, 1년 반이면 충분합니다." 나는 믿었다. 신입 때 했던 게임은 2년 걸렸다. 이번엔 팀도 크고 예산도 많았다. 컨셉 아트 100장 넘게 그렸다. 메인 캐릭터만 7번 엎었다. "더 임팩트 있게", "좀 더 대중적으로". 18개월 지나고. 알파 테스트도 못 했다. "6개월만 더요." 그게 작년이었다.보너스 계산법 우리 회사 보너스는 출시 기준이다. 개발비의 일정 %를 팀원들한테 나눈다. 내 예상 보너스: 2000만원. 세후 1600만원쯤. 전세 갱신 보증금 올랐다. 5000에서 6000으로. 1000만원 필요하다. 나머지 600으로 뭐 할까 생각했었다. 타블렛 바꾸려고 했다. 여자친구랑 일본 가려고 했다.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6개월 뒤로 밀렸다. 전세는 4개월 남았다. 대출 받아야 한다.연장의 이유들 "빌드 최적화가 안 됐어요." "스토리 분기가 너무 복잡해요." "QA에서 크리티컬 버그 200개 나왔습니다." 매번 이유는 달랐다. 본질은 같았다. 기획이 너무 컸다. 2년 전 기획서. 300페이지. "신작은 크게 가야죠." 아트팀은 처음부터 말했다. "이 볼륨이면 3년 걸립니다." 안 들었다. "다른 팀들은 2년에 해요." 다른 팀들 게임 봤다. 캐릭터 10명이었다. 우린 47명이다. 팀원들 반응 점심시간. 다들 조용했다. 신입이 물었다. "보너스 언제 나와요?" 선배가 답했다. "내년 상반기? 아니면 하반기?" 누가 웃었다. "나오긴 나와?" 게임이 망하면 보너스 없다. 출시해도 매출 안 나오면 반토막. 2년 반 동안 그린 그림들. 내 인생 베스트 작업이었다. 시장에서 먹힐지는 모른다. 동기는 떠났다 작년에 동기가 나갔다. 다른 회사로. "보너스 기다리다가 30대 다 가겠어." 연봉 1500 올려 받고 이직했다. 그때 나도 고민했다. 2년 그린 게임. 끝을 못 보고 가기 싫었다. 지금 후회된다. 동기는 벌써 새 게임 출시했다. 보너스 받았다. 1000만원. 나는 아직도 기다린다. 2000만원을. 언제 나올지 모르는. 일하는 마음 요즘 손이 안 간다. "어차피 또 미뤄질 텐데." 캐릭터 수정 요청 왔다. "눈빛 좀 더 날카롭게." 전에는 10번이라도 고쳤다. 지금은 3번에서 멈춘다. 번아웃이다. 2년 반 동안 같은 캐릭터. 메인 여주인공. 처음엔 예뻐서 좋았다. 100번째 수정할 땐 얼굴도 보기 싫었다. 이제는 그냥 일이다. 출시하고 끝내고 싶다. 불확실성의 연속 게임 개발은 원래 이렇다. 선배들이 말한다. "3년짜리도 있어." "5년 개발하다 엎은 것도 봤어." 위로가 안 된다. 나는 내 인생이 불확실해진다. 전세 계약. 결혼 계획. 부모님 용돈. 다 보너스에 달려 있다. 회사는 말한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기다린다. 선택지가 없다. 2년 반 투자했다. 지금 나가면 0원이다. 썬크 코스트. 경제학 시간에 배웠다. 이미 쓴 돈은 의사결정에서 빼라고. 못 뺀다. 2년 반이 아깝다. 개발 연장의 무게 회사 입장은 안다. 망한 게임 내는 것보다 낫다. 완성도 높여서 성공 확률 올린다. 개발자 입장은 다르다. 6개월은 내 인생의 시간이다. 29살. 30살 되기 전에 결혼하고 싶었다. 보너스 받으면 청첩장 돌리려고 했다. 여자친구한테 말했다. "좀 더 기다려줘." 세 번째 하는 말이다. 그녀는 말 안 한다. 눈빛으로 안다. 지쳤다고. 다른 선택지 이직 공고 본다. 요즘 많이 본다. "신작 개발, 컨셉 아티스트 모집" 연봉: 5500만원. 500 오른다. 보너스 없어도 2년이면 1000만원. 계산한다. 여기서 6개월 더 기다리고 2000 받기. vs 지금 이직해서 연봉 500 올리기. 손해다. 그래도 확실하다. 포트폴리오 정리했다. 이력서 업데이트했다. 아직 안 넣었다. 마지막 6개월. 기다려 보려고. 직장인의 도박 친구가 말했다. "그거 도박이잖아." 맞다. 2년 반 투자. 결과는 6개월 뒤. 성공하면 2000. 실패하면 0. 확률은 모른다. 내부 테스트는 좋다. 시장 반응은 모른다. 요즘 게임 시장 어렵다. 경쟁작 많다. 유저들 눈높이 높다. 우리 게임 괜찮다. 그래픽은 자신 있다. 스토리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확신은 못한다. 게임은 결국 재미다. 재미는 나도 모른다. 개발자는 객관적일 수 없다. 주변 사례들 작년에 옆팀 게임 출시했다. 대박 났다. 보너스 3000씩 받았다. 올해 다른 팀 게임 나왔다. 망했다. 보너스 300 받았다고 들었다. 3000과 300. 10배 차이. 개발 기간은 비슷했다. 2년 반, 2년. 노력도 비슷했을 것이다. 차이는 운이었다. 시장 타이밍. 경쟁작 유무. 마케팅. 우리 게임 운은 모른다. 카운트다운 6개월 남았다. 180일. 달력에 표시했다. 출시 예정일. 빨간 동그라미. 하루하루 센다. 오늘 179일. 내일 178일. 전세 갱신 120일 남았다. 보너스보다 빠르다. 대출 알아봤다. 금리 5%. 1000만원 빌리면 이자 월 4만원. 6개월이면 24만원. 보너스에서 까면 된다. 나온다면. 그래도 일한다 출근한다. 매일. 손은 안 가도 그린다. 번아웃 와도 작업한다. 프로니까. UI 아이콘 50개 남았다. 몬스터 컨셉 20개 남았다. 배경 러프 10개 남았다. 다 끝내야 한다. 출시 전에. 6개월. 빡빡하다. 야근 시작됐다. 주 3회. 마감 다가오면 매일. 보너스 생각한다. 2000만원. 시급 계산하면 안 된다. 이미 했다. 2년 반. 야근 포함하면 시급 2만원. 편의점 알바랑 비슷하다. 웃긴다. 동료들과의 연대 야근하면서 이야기한다. 다들 비슷하다. "대출 받아야 될 것 같아." "나도." "이직 알아봤어?" "응. 넣지는 않았어." 웃으면서 말한다. 쓸쓸하다. 우리 모두 인질이다. 2년 반이라는 시간의. 그래도 같이 있으니 낫다. 혼자였으면 진작 나갔다. 밤 10시. 치킨 시켰다. 회사 카드로. 다 같이 먹는다. 아트팀 8명. 누가 말한다. "우리 게임 대박 나면 좋겠다." 다들 고개 끄덕인다. 말은 안 해도 안다. 간절하다는 걸. 마지막 6개월 6개월 뒤. 게임 나온다. 대박 날 수도 있다. 망할 수도 있다. 2000만원 받을 수도 있다. 300만원 받을 수도 있다. 그때까지 그린다. 최선을 다한다. 프로니까. 그리고 기다린다. 불확실성 속에서.6개월. 길다. 짧다. 모르겠다. 그냥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