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 요청을 받으면 하는 생각: '이 정도면 프리랜서?'

커미션 요청을 받으면 하는 생각: '이 정도면 프리랜서?'

커미션 요청을 받으면 하는 생각: ‘이 정도면 프리랜서?‘

DM이 왔다

퇴근하고 집에 왔다. 샤워하고 폰 켰더니 트위터 DM이 하나 있다.

“안녕하세요. 팬아트 보고 연락드립니다. 캐릭터 일러스트 의뢰 가능할까요?”

이게 벌써 이번 달 세 번째다.

지난달에는 다섯 건 들어왔다. 커미션 단가는 건당 30만원에서 50만원 사이. 많을 땐 80만원짜리도 있었다.

계산기를 두드린다. 한 달에 5건이면 250만원. 주말 다 써도 가능한 수치다.

회사 월급은 세전 416만원. 실수령은 360만원 정도.

“이 정도면 프리랜서 해볼 만한 거 아냐?”

이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매번.

계산은 항상 달콤하다

엑셀을 켠다. 프리랜서 수입 시뮬레이션 파일. 이미 20번은 수정한 파일이다.

커미션 단가 40만원으로 잡는다. 보수적으로.

월 10건 받으면 400만원. 지금 월급이랑 비슷하다.

작업 시간은 건당 8시간. 주 5일, 하루 4시간씩 작업하면 한 주에 2.5건. 한 달이면 10건. 딱 맞아떨어진다.

“가능한데?”

여기에 상업 일러스트를 더하면 어떨까. 출판사나 인디게임팀 쪽.

건당 100만원에서 200만원. 한 달에 2건만 해도 200만원 추가.

그럼 월 600만원. 지금보다 훨씬 많다.

“출근 안 해도 되고, 마감도 내가 조절하고.”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현실은 계산기를 닫게 만든다

근데 여기서 멈춘다. 항상.

첫 번째 문제: 10건이 꾸준히 들어올까?

지금은 취미로 올리는 팬아트 덕분에 DM이 온다. 트위터 팔로워는 8000명이지만, 실제 커미션 의뢰는 한 달에 3~5건 정도.

“만약 팬아트 그릴 시간이 없으면?”

커미션만 하면 포트폴리오 업데이트가 안 된다. 업데이트가 안 되면 노출이 줄어든다. 노출이 줄면 의뢰도 줄어든다.

악순환.

두 번째 문제: 4대보험.

지금은 회사가 반 내준다. 프리랜서 되면 전액 내 돈이다. 건강보험만 한 달에 15만원. 국민연금까지 합치면 25만원.

그리고 세금. 3.3% 원천징수는 기본이고, 종합소득세까지 생각하면 실수령은 생각보다 적다.

“400만원 벌면 실제로는 320만원 정도?”

지금이랑 별 차이 없다.

안정이라는 이름의 족쇄

세 번째 문제: 회사 이름.

지금 다니는 곳은 중견 게임사다. 포트폴리오에 쓸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

”○○ 온라인 캐릭터 컨셉 아트 담당”

이 한 줄이 주는 무게감이 있다. 프리랜서로 나가면 이런 줄 못 쓴다.

네 번째 문제: 마감 지옥.

회사 일은 힘들어도 책임이 분산된다. 기획이 바뀌면 “기획팀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프리랜서는? 모든 책임이 내 몫이다.

클라이언트가 “수정 좀요”라고 하면 무한 리비전 들어간다. 계약서에 명시 안 했으면 무료 노동이다.

“리비전 5차에서 멘탈 나가는 거 진짜 싫은데.”

다섯 번째 문제: 외로움.

지금은 옆자리에 선배가 있다. 막히면 물어본다. 점심도 같이 먹는다.

프리랜서는 하루 종일 집에서 혼자다. 클라이언트랑 통화하는 게 유일한 대화.

“작년에 프리랜서 선배 만났는데, 사람 얼굴 보고 싶어서 카페 산다고 하더라.”

그래도 DM을 확인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커미션은 받는다.

주말에 8시간씩 작업한다. 금요일 밤에 시작해서 일요일 저녁에 끝낸다.

“완성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클라이언트가 만족한다. 입금 확인.

통장에 40만원이 들어온다. 회사 월급 외 수입.

이 돈으로 타블렛 할부금을 낸다. 또는 여자친구 생일 선물을 산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결국 못 나가는 이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무서워서다.

지금은 매달 360만원이 통장에 꽂힌다. 확실하다. 예측 가능하다.

프리랜서는? 이번 달 500만원 벌어도 다음 달은 100만원일 수 있다.

“그 불확실성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29살. 결혼도 생각해야 한다. 여자친구는 안정적인 남편을 원한다.

부모님도 “회사 다니는 게 낫지 않냐”고 하신다.

“그림 취미로 하면 되잖아.”

맞는 말이다. 틀린 말이기도 하다.

타협점을 찾는 중

그래서 지금 방식을 유지한다.

평일은 회사 일. 주말은 커미션.

4대보험은 회사가 내주고, 부수입은 커미션으로 챙긴다.

포트폴리오는 회사 프로젝트로 쌓고, 개인 작업은 SNS로 알린다.

“완벽하진 않지만, 나쁘지도 않다.”

한 달에 2~3건만 받는다. 무리하지 않는다. 번아웃 오면 안 되니까.

그리고 계속 상상한다. “만약 프리랜서 했다면?”

엑셀 파일은 아직 삭제 안 했다. 가끔 업데이트한다.

“올해 팔로워 1만 되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자.”

다음 DM이 올 때까지

오늘도 커미션 DM이 왔다.

“캐릭터 전신 일러스트, 50만원 예산입니다.”

계산기를 두드린다. 8시간 작업. 주말 이틀이면 가능하다.

“가능합니다. 다음 주말에 시작할게요.”

답장을 보내고 폰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다시 생각한다.

“이 정도면 프리랜서 해볼 만한 거 아냐?”


답은 아직 모르겠다. 근데 오늘도 회사 간다.